알 아사드, 무샤라프, 김정일… 후진타오도

카다피 소재 만평, 중국에서 인기
(위) 민주화의 물결을 상징하는 파도에 카다피가 휩쓸리자 시리아의 바사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이 허겁지겁 달아난다. 김정일 앞에서 달리는 인물은 후진타오라는 설이 있다.
(아래) 총에 맞아 죽어가는 카다피가 “쏘지마”라는 말 대신 “301병원으로 나를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301병원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운영하는 병원으로 중국 최고위층이 치료를 받는 병원이다. 카다피는 중국공산당과 친분관계를 유지했으며, 중국은 리비아 반군이 수도 트리폴리를 점령한 뒤에도 카다피를 지지해 국제사회와 중국 내부에서도 ‘독재자를 지지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42년 동안 철권통치를 하다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무아마르 카다피의 다음 차례로 무너질 독재자가 누구일지 지구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랍권 지도자 중에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이 다음 차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사드는 30년간 집권한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승계받아 11년째 집권 중으로 초강경 시위 진압으로 3000명 이상이 숨지면서 거센 퇴진 압박 속에도 권력에 집착하고 있다.


시리아는 엄청난 희생 속에서도 시위대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지만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서방이 아직 시리아 군사작전을 테이블 위에 올리지 않고 있다. 서방국들이 공습에 나섰던 리비아와는 다른 상황이다. 시리아는 시민들의 무력만으로는 정권붕괴 가능성이 희박하다. 아사드 대통령의 동생 마헤르 알-아사드가 정예 부대인 제4사단과 공화국수비대를 이끌어 정권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유엔 안보리의 시리아 관련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아사드 정권에 ‘원군’이 되고 있다. 반면 리비아 작전이 종료돼 서방의 관심이 시리아로 집중되고 있고 기세가 오른 시리아 시위대의 저항이 더욱 격화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3년째 집권 중인 살레 예멘 대통령도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지난 6월 대통령궁 경내에서 폭탄 공격에 중화상을 입었던 살레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치료를 받고 지난달 말 귀국 당시 권력 이양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살레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예멘 보안군이 강경 진압하면서 시민들 수십 명이 희생되는 등 사태는 점차 악화되고 있다.


예멘은 일부 군 부대가 반정부 세력에 가담하면서 내전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반정부세력과 살레가 걸프협력협의회(GCC)의 중재안에 합의할지 여부가 향후 사태 전개에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GCC는 처벌 면제를 보장하는 대신 살레가 조기 퇴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도 손꼽히는 독재자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1989년부터 세계 10대 독재자 안에 들기 시작한 알 바시르는 수단 서부 다르푸르에서 ‘인종청소’를 저지르고 있다. 알 바시르 대통령은 2003년 2월 아랍계 정부와 흑인 반란군 사이에 내란이 일어난 뒤 대량 학살이 자행되는 다르푸르 사태를 방조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다르푸르 사태는 11년 전 르완다 대학살 이후 최악의 인권유린 사태다. 이 사태로 수단 국민들은 지금까지 7만여 명이 학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르푸르 지역에서만 난민 200만여 명이 생겨났으며, 이 가운데 10만여 명은 이웃나라 차드로 피란했다.

여성과 어린이는 대부분 노예로 전락했고, 마을들은 여전히 폭탄세례를 받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 수반인 탄 슈웨장군은 지난해 죄수 9000여 명을 사면하는 등 유화 통치를 폈음에도 여전히 독재자 순위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슈웨 장군이 사면한 죄수 중 정치범은 고작 40명으로 사면이 이른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정치쇼’였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을 이끄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아웅산 수지 여사 역시 여전히 가택연금 상태이며 미얀마에는 ‘표현의 자유’가 없다.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팩스나 전화모뎀을 갖고 있기만 해도 15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미얀마 정부는 소수민족을 이주시키기 위해 소수민족의 거주지 3000곳을 파괴한 적이 있으며 당시 미얀마 군인들은 강간과 살인, 고문 등을 일삼아 국제적으로 규탄을 받았다.


시리아 알 아사드 대통령에 쏠리는 관심


카다피 사망 이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독재자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다. 의사출신으로 33년째 1인 독재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알 아사드 대통령은 민중을 과도하게 통제했으며, 이 과정에서 인권유린이 빈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리아에서는 지난 1월 26일부터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으며, 알 아사드 대통령은 탱크와 무장 군인을 투입해 시위대를 유혈진압하고 있다. 시민들은 인명피해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와 독재 정권에 반대하고 있다.


알 아사드 대통령은 올해 거세진 중동의 민주화 바람에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고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사이트 접속을 차단했으나, 시리아 민중들은 검열을 뚫고 이들 사이트에 접속해 정보를 얻거나 자국 상황을 알리고 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최근 신예 독재자로 거론된다. 1999년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무샤라프 대통령이 지난해 말군사령관 자리를 내놓겠다고 한 야당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어겼기 때문이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이처럼 약속을 어겼을 때 파키스탄에는 이를 막을 수 있을 만한 정치적인 세력이 없었다. 그는 여전히 파키스탄에서 정치적·군사적 우두머리 노릇을 하고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국가가 민주주의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한때 파키스탄이 보유하고 있는 핵기술을 수출해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하기도 했다. 또 파키스탄에서는 여성이 성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하려면 범죄현장을 목격한 이슬람교도 남성 4명의 증언을 받아야만 할 정도로 여성들이 억압받는 국가이기도 하다.


지난 수년 동안 각종 독재자 순위에서 1위에 올랐던 북한 김정일은 1994년 북한 내 최고 권력자가 된 이후 단 한 번도 독재자 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김정일이 통치하는 북한의 인권상황은 명실 공히 세계 최악이다. 프리덤하우스가 매년 발표하는 자유민주주의 등급에서 북한은 33년 내내 ‘자유가 없는 나라’로 손꼽혀 이 부문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


북한 주민들은 가정, 이웃, 직장 등 어느 곳에서나 노동당의 감시를 받는다. TV나 라디오방송은 노동당의 선전수단일 뿐이다. 김정일이나 김정은에 충성하지 않는 것은 사형에 처할 만한 범죄다. ‘반동분자’로 낙인찍히면 노동수용소로 보내진다. 현재 25만 명 정도가 수용소에 감금돼 있으며 공개처형 역시 가능하다.


“김정일 핵무기에 더욱 집착할 것”


국제사회에서는 김정일이 카다피의 사망 이후 핵무기에 더욱 집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이제 ‘자위’를 명분으로 한 핵개발에 더욱 주력하게 될 것”이라면서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어떤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더라도 지난 수십 년 간 핵무기 개발에 전념해온 북한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3월 22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서방세계 연합군의 리비아전 군사개입에 대해 “국권을 무시한 반인륜적 범죄”라고 비난하면서 핵무기의 당위성을 부여한 바 있다.


대변인은 “우리가 선택한 선군의 길은 천만번 정당하고 그 길에서 마련된 자위적 국방력은 조선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더없이 소중한 억제력으로 되고 있다”며 핵무기를 축으로 한 선군정치를 주장했다.


중국의 후진타오도 2002년 중국 국가주석 자리에 오른 뒤 줄곧 독재자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경제발전을 선전하고 있긴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가장 억압적인 공산당이 통치하는 나라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무려 25만 명의 사람들이 ‘재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노동수용소에 갇혔다.


미국의 유명잡지 ‘퍼레이드’지는 중국 공산당이 경제를 개혁, 개방했음에도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국민을 압박하는 정권이라고 평가하며 후진타오가 최악의 독재자 리스트에 오르는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수억 명 인구가 하루에 1달러도 채 되지 않는 수입으로 연명하고 있으며, 수많은 정치범과 종교 인사들이 법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강제 노동수용소에 갇혀 있을 뿐만 아니라 언론과 인터넷은 당국에 의해 광범위하게 검열, 감시받고 있다.


정부가 사형시킨 국민 수는 다른 독재자 순위에 오른 이들이 통치하는 모든 나라들의 사형수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더 큰 문제는 중국에서 사형을 당하는 이들이 사형으로 처벌해야 할 만큼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절도·배임·사기·뇌물죄를 저지른 이들이 사형을 당한다. 심지어 판다를 죽였다는 이유로 사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또 티베트 같은 소수민족이나 파룬궁 수련을 탄압하는 사실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창우 기자; 글로벌신문 대기원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