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中 올림픽 준비 화려함의 그늘

zamzari 2007. 8. 11. 09:54

中 올림픽 준비 화려함의 그늘

NYT 철거 맞선 자매의 눈물겨운 투쟁 조명

▲ 올림픽을 앞두고 철거된 베이징 치안먼(前門) 거리의 주택가. 집을 잃은 부부가 망연자실하게 서 있다.
ⓒ AFP/ Getty
[연합뉴스]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1년 앞두고 중국 전역이 떠들썩한 가운데 올림픽으로 인해 보금자리를 뺏겨야 하는 두 자매의 눈물겨운 투쟁이 눈길을 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신문은 8일 개막 1년을 기념한 경축행사가 열린 톈안먼(天安門)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쑨(孫)씨 자매의 2층짜리 건물이 마라톤 코스에 포함돼 철거를 앞두고 있지만 이들이 건물을 떠나지 않고 당국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건물은 칭(淸) 왕조 시기인 1840년부터 쑨씨 자매의 조상들이 제과점을 열었던 유서깊은 곳이다.

쑨씨는 베이징 출신이지만 10년 전 남편과 함께 호주 멜버른으로 이민을 가 현재는 호주 국적이다.

중국에 남아 있던 그의 아버지는 그 동안 이 건물을 국영 식료품점 등에 세를 줬으나 2001년 직접 레스토랑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봄 청천벽력과 같이 시 당국으로부터 이 일대가 철거 대상으로 지정돼 건물을 비워줘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아버지와 언니의 어려운 상황을 알게 된 그는 올해 초 귀국, 주중 호주대사관의 도움을 요청했으나 대사관 직원으로부터 "대사관은 이 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며 직접 중국 법 체계를 바꿔야 할 것"이란 대답만 돌아왔다.

쑨씨 자매는 당국으로부터 철거 대가로 160만 위안(2억원)을 제시받았으나 급등한 부동산 가격으로 이 일대에서 웬만한 아파트 한 채도 사기 힘든 돈이어서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들은 건물 앞에 영어와 중국어로 "철거는 불법"이라는 포스터를 내걸고 경호원까지 고용해 철거 직전의 집을 떠나지 않고 외로운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쑨씨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집이 무너져내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집을 지키는데 일생을 다 바치겠다"면서도 "매일 무슨 소리만 들리면 누군가 들어오는 것은 아닌지 겁이 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재 이 지역의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고 상당 부분 철거가 이뤄졌으며 시 당국이 불도저 등 철거 장비를 건물 앞에 준비시켜 둔 상태이기 때문에 쑨씨 집도 언제 철거될 지 알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