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중국주재 황정일 공사 中 의료과실로 숨져

zamzari 2007. 8. 11. 09:26

황정일 공사 中 의료과실로 숨져

▲ 베이징 주중 한국대사관
ⓒ Getty Images
[대기원] 지난달 29일 복통으로 중국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 호흡 장애로 사망한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공사 황정일(52)씨의 사인이 중국 병원 측의 의료과실로 밝혀졌다.

지난달 28일, 황 공사는 사무실에서 샌드위치를 먹은 뒤 복통을 느꼈으며 이후 구토와 설사 증세를 보였다. 그는 즉시 베이징시에 있는 고급 의료시설인 비스타(比斯塔)클리닉에 치료를 받으러 갔으나 링거 주사를 맞던 도중 급성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

이 병원은 당시 황 공사에게 요도감염이나 임질 등 중증 감염성 질환을 치료할 때 사용되는 항생제인 로세핀(Rocephin)을 투여했다. 하지만 로세핀은 칼슘이 포함된 약품과 동시 투약할 경우 쇼크나 혈전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병원 측은 링거액에 칼슘이 포함된 사실을 까맣게 잊고 로세핀을 투여, 결국 황공사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중 한국대사관은 밝혔다.

병원 측은 또 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여할 경우 인체의 거부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스킨 테스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생제 주사를 놓으려면 반드시 피부 과민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비스타 진료소가 이를 생략해 더 큰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는 것.

인명 사고가 난지 1주일이 지났지만 병원 측은 한국대사관에 사과는 커녕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당시 황 공사를 진료했던 의사도 여전히 진료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공 당국 역시 사망원인 조사보고서를 한국 정부에 교부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한국대사관 직원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식품과 의료 관리문제에서 연속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 외국인이 주로 찾는 고급 병원에서까지 이러한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건의 원인이 된 샌드위치는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것으로 알려진 이 샌드위치로 인한 황 공사의 사망은 중국 병원과 식품 관리의 총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통은 한국대사관측이 이번 의료사고에 대해 ‘매우 분노’하고 있으며 중공 당국에 고분고분 하던 평소 이미지와 달리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과격한 발언 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자칫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비화될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외교통상부 김재신 아.태 국장은 8일 류샤오빈(劉少賓) 주한중국대사관 대사 대리를 불러 “한국정부가 이번 사건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도 지난 2일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에게 이 사건의 신속하고 공정한 진상규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황정일 공사는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2급 직원으로 6자회담 실무를 책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