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문인다취 : 왕안석이 삼협수를 논하다

zamzari 2007. 8. 11. 09:13

문인다취 : 왕안석이 삼협수를 논하다

[대기원] 송대는 다도가 매우 흥성했던 시기로, 당시의 문인사대부들은 대부분 차 전문가였다. 송 신종연대, 왕안석은 재상을 역임했고, 그의 문하생이었던 소동파는 황주의 관리로 파견되었다. 왕안석은 담화(痰火)증상을 앓고 있었는데, 약을 먹어도 잘 치료되지 않았다. 이를 치료하려면 반드시 구당(瞿塘) 중협수(中峽水)로 끓인 양선차(陽羨茶)가 필요했다. 이에 소동파에게 구당을 건널 때 협수를 떠오라고 부탁하였다.

일년 후, 소동파는 부인을 고향으로 보낸 후, 기수에서 출발하여 황주를 거쳐 수도로 향하던 중 구당 삼협을 거치게 되었다. 당시의 구당 삼협은 서릉협(西陵峽), 무협(巫峽), 귀협(歸峽)을 가리킨다. 서릉협이 상협(上峽)이고, 무협이 중협(中峽), 귀협이 하협(下峽)이었다. 소동파는 물길을 따라 일사천리(一瀉千里)로 내려왔다. 협곡 양쪽의 풍경이 수려하여 시흥이 크게 일자 소동파는 ‘삼협부’ 를 지었다. 심사 숙고하던 중 깜빡 잠이 들어, 깨어보니 배는 이미 중협을 지나 하협에 다다랐다. 동파는 급히 뱃머리를 돌러 중협의 물을 취하려 하였다. 사공이 말하길, “삼협은 서로 연결되어, 물은 폭포와 같고 배는 쏜 화살과 같습니다. 배를 돌려 물을 거슬러 올라가려면, 하루 몇 리 가기도 어렵습니다.” 동파는 어쩔 수 없이 하협의 물을 항아리에 가득 싣고, 왕안석에게 갈 준비를 하였다.

동파는 경성에 도착한 후 삼협의 물을 가지고 왕안석을 찾아갔다. 왕안석은 즉시 소동(小童)에게 물을 끓이게 하였다. 물이 끓고 양선차를 찻잔에 집어 넣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차색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왕안석은 소동파에게 “이 물은 어디서 떠왔는가?”며 물었다. 소동파는 “무협에게 떠왔습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 중협의 물이구만.”이라는 왕안석의 말에 소동파는 “바로 그렇습니다.”고 답했다. 왕안석은 웃으며, “자네 또 이 노부(老夫)를 속이는구만. 이 물은 하협의 물일세.”고 말했다. 소동파는 대경실색하며 “현지인들은 삼협은 모두 연결되어, 똑 같은 물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물은 하협의 물이 틀림없사온데, 스승님께서는 어찌 아셨습니까?”며 물었다.

왕안석은 대답했다. “책을 읽는 사람은 경거망동(輕擧妄動)해서는 안되며, 세심하게 잘 살펴야 한다. 구당 물의 특성은 ‘수경보주’에 나타나 있다. 상협의 수성(水性)은 매우 급하고, 하협은 매우 느리다. 오직 중협만이 완급이 반반이다. 태위원의 명의는 내가 중완(中脘)에 병이 들어, 중협수를 써야지만 효과를 본다고 하였다. 이 물로 양선차를 끓이면, 상협수는 맛이 진하고, 하협은 담백하며, 중협은 중간이다. 차색이 한참 지나야 나타나니, 하협인 것을 알 수 있다.” 동파는 마음속으로 깊이 탄복하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사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