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치범 수용소를 말하다 “때려 죽이는 대신 굶겨 죽이는 곳”
5일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북한정치범수용소의 인권탄압 실태에 관한 기자회견이 열려 북한의 심각한 인권상황에 관한 내용들이 폭로됐다. 사진은 왼쪽에서부터 김영순, 정광일, 김태진, 김혜숙, 오길남. 이유정 기자
북한 내 정치범과 그의 가족들의 집단거주지인 정치범수용소의 인권탄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오길남 씨 가족이 갇혀있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는 어떤 곳인가?’를 주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북한의 요덕과 북한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였던 탈북자 정광일, 김영순, 김혜숙 씨가 수용소 내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고발했고 또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아내와 딸을 두고 있는 오길남 박사가 초청인사로 참석했다.
3년여 간 15호 요덕수용소에 수감됐다는 정광일 씨는 “고문과 구타는 있었지만 때려죽이는 경우는 없었고 대신 굶겨 죽이는 경우는 많았다”며 “하루에 풀 800㎏을 베고 날라서 쌓아 놓아야 하는데 이를 다 수행하지 못하면 식량의 양도 줄이는데 이런 식으로 일주일이면 영양실조로 사망한다”고 증언했다. 또한 “수감 전 75kg이던 몸무게가 심문을 받으며 38kg까지 빠졌다”며 “그때의 수감생활 때문에 지금도 밤이면 악몽에 시달린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수용소 내 공개처형과 교수형도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28년 만에 수용소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김혜숙 씨는 “도망치다 잡히거나 배가 고파 물건을 훔치다 잡히면 공개총살을 당했다”며 “총살당하고 맞아 죽는 친구들의 모습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인권단체인 국제 앰네스티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 이란에 이어 세 번째로 사형을 많이 집행한 나라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 아내인 성혜림의 친구라는 이유로 요덕수용소에 수감됐다는 김영순 씨는 수용소 생활에 대해 “상호신뢰를 모두 무너뜨리고 서로 물고, 뜯고, 때리게 만드는 곳”이라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북한주민들을 구해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최근 ‘통영의 딸’로 알려진 오길남 씨의 아내 신숙자 씨와 그의 두 딸을 89년 요덕 수용소에서 만났다는 북한정치범수용소해체본부 김태진 대표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강제노역, 낙태, 공개처형 등이 자행되고 있다”며 “북한은 인권유린을 중단하고 수용자들의 인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아내와 두 딸의 구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오길남 씨는 이날 “내 딸과 아내를 못 본지 25년이 됐다. 죽기 전에 볼 수 있도록 가족을 내게로 귀환시켜달라”고 호소했다.
오 씨는 “1995년 국제 앰네스티를 통해 간접적으로 생존을 확인했고, 요덕수용소 출신 탈북자를 통해 1999년까지 살아있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후로는 생사조차 알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 온 뒤 1990년대 중반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편지도 보냈고 여러 국제기구를 통해 노력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최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국회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와 다시 희망을 가져본다”고 말했다.
오 씨 부부는 1985년 독일 거주 중 북한 요원의 공작으로 두 딸과 함께 북한으로 넘어갔고, 남편 오 씨만 1986년 북한을 탈출했다.
오 씨는 당시 북한행을 권유한 인물로 작곡가 윤이상, 바이올리니스트 안용구 등을 언급했다.
이지성 인턴기자 valor09@epoch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