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장수노인 어디서
[특집] 100세 시대, 장수노인 어디서, 뭘 먹고 사나
서울대 ‘장수인과 장수지역’연구… ‘장수벨트’ 소백산맥까지 북상
장수마을, 물이 풍부한 중산간 지역에 주로 분포
서울 강남·서초구 새로운 장수지역으로 떠올라
공동체 활동에 적극적이고 일하는 사람이 오래 살아
생선·해조류·두부 좋아하고 젓갈·장아찌 싫어해
▲ photo 유창우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90세 이상 장수인의 특성
● 평균 9시간 수면을 취한다.
● 세 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즐겁게 한다.
●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 잡곡보다 쌀밥을 주로 먹는다.
● 식물성 식품 위주의 식사를 한다.
● 혈압이 낮고 악력이 세다.
● 흡연·음주 비율이 낮다.
●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다.
제주도와 남해안에 집중돼 있던 장수벨트가 소백산맥 주변까지 확대되고 도시지역에서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가 새로운 장수지역으로 떠올랐다. 또 장수지역은 강수량이 많아 물이 풍부하며 표고가 적당히 높은 중산간 지역에 많이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수인의 특성과 장수지역을 분석한 연구결과가 책으로 나왔다. 서울대학교 박삼옥(지리학), 박상철(의학), 최성재(사회복지), 이정재(조경·지역시스템공학), 한경혜(아동가족학) 교수와 한남대학교 이미숙(식품영양학) 교수 등이 공동으로 펴낸 ‘한국의 장수인과 장수지역’(서 울대학교출판부)은 지난 2년간 장수지역 현장조사와 인구 센서스 자료분석을 통해 연구한 결과를 묶은 책이다.
연구진은 1966년부터 2000년대까지 인구 센서스 자료를 이용해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8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로 장수도를 측정했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전국의 장수도는 지난 35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장수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제주도였고 다음은 전라남도였다. 제주도는 1966년 이후 내내 전 지역이 최상위권에 들었다. 특히 북제주군은 두 차례를 제외하고 매번 장수도가 가장 높은 지역에 올랐다.
1970년대 전남의 섬과 해안을 중심으로 형성된 장수벨트는 1980년을 기점으로 내륙지방으로 확장되기 시작해 2000년에는 소백산맥 지역까지 올라갔다. 과거에 장수도가 가장 낮았던 강원도는 가장 급격하게 장수도가 높아져 최하위권을 탈출했다. 박삼옥 교수는 “강원도 산간지방의 경우 과거엔 노인이 감기처럼 가벼운 질병으로도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도로가 발달하고 의료시설이 지방 곳곳에 생기면서 강원도의 장수도가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강남구와 서초구가 장수지역으로 떠오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서초구는 1995년부터 장수도 순위 24위에 오른 뒤 2000년에는 9위에 올랐고 강남구는 2000년에 바로 5위로 뛰어올랐다. 두 지역이 장수지역으로 부상한 것은 대형 의료시설이 여러 곳 있고, 주민의 소득수준이 높은 것과 상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수지역의 환경요인 중에서는 강수량과 평균표고가 장수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과 산림량은 장수도와 상관관계가 높지 않았다. 종합해 보면 장수지역은 강수량이 많아 물이 풍부한 중산간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령인구의 이동을 추적한 결과, 60대는 도시에서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고 70대 이상은 반대로 도시로 유턴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정재 교수는 “60대에는 쾌적한 주거지를 찾고 70대 이후에는 가족의 곁이나 의료시설 주변을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장수도의 변화에는 인구이동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 이후 전국의 장수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임에도 기존 장수지역의 장수도는 1990년대부터 감소추세로 돌아선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호남 장수벨트의 경우 85세 이상 인구의 증가가 둔화되고 제주도는 65세 이상 인구의 증가율이 높아지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한경혜 교수 연구팀은 장수마을에 들어가 함께 생활하면서 인터뷰를 통한 밀착연구도 했다. 그 결과 장수마을은 대부분 공동체적 유대관계가 상당히 강하게 남아 있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노인은 마을의 역사나 농사일, 주민들의 가족생활에 대한 세세한 정보까지 공유하며 마을의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했다. 마을의 중심에 있는 커다란 고목 밑에서 50~60대의 주민과 90대 이상의 초고령 노인이 섞여 앉아 대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