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넥타이를 풀자’
[경향신문] |
꼭 천재 예술가의 자유정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오늘날 넥타이는 속박과 획일성의 상징이 돼 버렸다. 직장인들에게 일체감을 주고 단정해 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긴 하다. 그러나 30도가 넘는 여름철 무더위에 매야 하는 넥타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오히려 일의 능률에 방해가 될 뿐이다. 넥타이를 꽉 조여 매면 체온이 1∼2도가량 오른다. 노타이가 그만큼 체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말이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는 에어컨 가동을 줄여 에너지 절약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함으로써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 노타이로 출근하는 ‘쿨 비즈’ 운동을 벌인 일본은 6·7·8 석달 동안 7000만kwh의 전력을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노타이 및 간편복 출근 운동이 없는 건 아니다. 코오롱 그룹은 2000년부터 자율복장제를 실시하고 있다. 넥타이를 매면 산소호흡량이 7% 감소하고 두뇌회전도 크게 떨어진다는 조사에 따른 것이다. 매년 여름 창의성을 중시하는 광고, IT업계 등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이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공무원에게는 여름철 자유복장 규정이 있으나 어째선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한 고위 공무원은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가 ‘국회를 뭘로 보고…’란 질타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들이 엊그제 실내 온도가 26도로 맞춰진 인민대회당에서 노타이와 간소복 차림으로 정부부처의 보고를 듣고 법안을 심의했다는 소식이다. 지도층의 격식 파괴와 솔선수범이 돋보인다. 〈김철웅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