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소나무 울음
zamzari
2007. 7. 3. 17:41
[여적]소나무 울음
[경향신문] |
소나무로 집을 지었고, 그 속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금줄에 생솔가지를 꽂았다. 죽으면 소나무관에 들어가 솔숲에 묻혔다. 이승과 저승을 동시에 지켜줬고,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귀한 나무였다. 소나무는 우리네 시였고, 그림이었고, 노래였고, 이야기였다. 지금도 우리 민족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이고, 가장 경외하는 나무이다. 소나무숲에는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고 간절한 기도가 서려 있다. 푸른 솔은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다. 어떠한 풍상에도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의젓하게 서있는 자태는 한국인에게 희망이요, 믿음이었다. 학이 날아와 울고 솔바람으로 마음을 씻던 곳. 우리네 삶은 솔밭 속에 있었고, 우리네 정신과 문화는 솔숲 속에 있었으니, 우리 민족에게 소나무는 진정 나무 이상의 나무였다. 하지만 앞으로도 소나무는 과연 이 땅에서 그 기품으로, 그 자태로 우리 곁에 있어 줄 것인가? 전망은 잿빛이다. 참나무는 갈수록 번성하고, 재선충은 번져가고 가지마름병은 퍼져가고 있다. 누구는 소나무의 몰락이 자연의 순리라고 말한다. 이미 이 땅은 소나무가 살기에는 매우 불편한 곳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역경에 처했을 때마다 소나무를 믿고 의지했듯이, 이제는 소나무가 우리를 믿고 의지하도록 그것들을 지켜줘야 할 것이다. 푸르디 푸른 녹음 속에 점점이 박혀있는 소나무의 ‘갈색 주검’들. 숲 속을 향해 귀 대면 소나무의 흐느낌이 들려 온다. 〈김택근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