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인연의 끈
zamzari
2007. 7. 3. 11:35
[생각하는 삶] 인연의 끈 | |
‘끈’은 그 쓰임새에 따라 다양한 용도가 있다. 물건이 흐트러지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묶거나 붙들어 둘 때 요긴하게 쓰이며, 사회생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맥의 끈 또한 각종 관계를 이어가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한다. 전래동화 ‘해님과 달님’에도 하늘에서 튼튼한 끈을 내려 보내 위기에 처한 남매의 목숨을 구한 반면, 호랑이는 썩은 끈인 줄 모르고 하늘에 올라가다 끊어지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는데 여기서 끈은 곧 생명줄과도 같다. 끈은 또 실생활에서 잘못 매듭지어졌거나 헝클어졌을 경우 쉽게 풀리는 경우도 있지만, 꽁꽁 묶여 있거나 심하게 헝클어졌을 경우 가위로 잘라버리지 않고서는 해결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이처럼 끈은 서로를 이어주고 묶어주는 이음새 역할을 하지만, 얽히고설켜 있을 때는 그 매듭을 풀기 위해 많은 인내와 노력을 들여야 한다. 세상 만사만물 중 우연이란 없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식물, 광물질에 이르기까지도 서로 유기적인 인연 관계에 놓여있다. 특히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인연의 끈은 세상에 태어나기 전 미리 점지된 호연(好緣)도 있지만 악연(惡緣)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어떤 혹자는 증명되지 않은 ‘인연설’로 사물의 관계를 규정짓는다면 모든 운명은 결정되어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인간의 개선의지나 노력은 의미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여기에 대해 필자 또한 ‘인연설’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는지 증명하라고 반론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인간의 힘으로 증명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인연설’이 인류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이미 가치를 지닌다고 보기 때문이다. 언젠가 미국의 유명 여류 인사가 쓴 에세이를 보고 잔잔한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그녀는 바깥에서 활동하다 집에서조차 밤늦게까지 집안일에 치여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가족이 함께 공유하는 공간에서 자신만 이런 일을 한다는 게 너무나 억울한 생각이 들어 부글부글 화가 치밀었다. 그러다 그녀는 갑자기 가족조차 자신을 힘들게 한다는 이해관계로 파악하고 있는 자신의 이기심을 발견하고는, 가족으로 인해 자신이 누리고 있는 기쁨 또한 적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자녀는 물론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남편 뒤에서 비록 힘들긴 하지만, 자신의 기쁨을 사심 없이 공유해 주는 가족이 있음으로 인해 얻는 행복이 더 많다는 걸 새삼스럽게 인식하다보니 이미 집안 일이 노동으로 여겨지지 않더라는 내용이었다. 여류 인사처럼 우리 또한 가정과 사회에서 수많은 관계에 놓여 있다. 여기서 그녀가 가족과의 관계를 자신을 힘들게 하는 ‘악연’이 아닌, 자신을 필요로 하는 ‘호연’으로 인식한 것은 자신에게 맺어진 인연을 승화시켜나가는 아름다운 과정이다. 이는 사회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당장의 이해관계로 인해 자신의 삶을 힘들게 한다고 하여 ‘악(惡)’으로 대응한다면 인연의 끈은 더욱 엉키고 조여들어 숨쉬기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신이 원했던 것과는 상관없이 주어지는 일들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인연의 매듭을 순조롭게 풀 수도 혹은 더 헝클어뜨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 자신과 만나게 되는 모든 인연들에 대해 ‘선(善)을 지향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의지로 엮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끈’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