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둘 곳 어디에
사람들은 흔히 괴롭거나 슬프거나 우울할 때 마음이 아프다고 하면서 가슴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마음이 어떻게 생겼느냐고 물으면 마땅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는데, 마음의 형상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마음의 형상을 하트모양으로 표현하거나, 상황에 따라 변하는 유동적인 모습으로 그려놓기도 한다.
‘마음을 닦는다, 마음을 다스린다, 마음을 부추킨다, 마음 가는데로, 마음에 들다, 마음대로 안 된다’ 등, 마음과 관련된 말만해도 수없이 많은 것만 보아도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실제로 마음 한 번 잘못 움직여 인생을 파멸로 이끈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생을 고통 속에서 보내는 사람도 많다. 같은 상황이라도 마음에 따라 좋게 여겨지기도 하고 기분 나빠지기도 하는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요동치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그 결과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신은 한(漢)나라 유방을 도와 제국(諸國)을 격파하는데 큰 공을 세워 제왕과 초왕을 모신 바 있는데, 그가 불우했던 젊은 시절에 겪은 유명한 일화가 있다. 시정 부랑배가 보검을 차고 가는 한신의 앞길을 막고 ‘나의 목을 쳐보라! 그러지못하겠으면 나의 사타구니 사이를 지나라’고 시비를 걸어왔다. 이에 한신은 내가 당신의 머리를 쳐서 뭐하겠는가하며사타구니아래로 유유히 빠져나갔다고 한다. 이와 같이 마음을 잘 조절하여 큰일을 도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질의 특성처럼 마음 또한 쉽게 변이될 수 있다하여 이를 경계한 사람도 있다.
‘장자’ 에는 사람의 순정한 본성을 잃지 않기 위해 도구 하나마져 무심코 사용하지 않았던 한 노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힘들게 물통을 져다 나르면서 논에 물을 대고 있는 노인을 본 한 나그네가 지렛대를 이용하여 물을 퍼도 되는데 왜 그런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그러자 노인은 “내가 기계를 이용하면 당연히 지금보다 많은 물을 한꺼번에 댈 수 있지, 하지만 그랬을 경우 내 마음이 기계에 길들여져 기계를 닮게 되는바, 무릇 인간이 효율성만 추구하는 기계의 마음을 닮아서야 되겠는가’‘ 라고 했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는 위와 같은 노인의 사고를 비합리적이고 고지식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노인은 인위적인 편리함에 길들지 않음으로써, 어느 것에도 구속되지 않는 진정한 자유인이 되었던 것이다.
'마음' 은 조금만 방심해도 어디로 튕겨날지 모르고 형체가 없어 쉽게 붙잡아 둘 수조차 없다. 그러므로 인생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한시도 방임할 수 없는 그런 존재임이 틀림없다.
글/공영화(학원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