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가을이 오면

zamzari 2010. 9. 28. 09:15


가을이 되면 겨울을 준비하지만 겨울에는 봄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

농사짓는 분들이야 물론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왜냐하면 환경이 좋아지는 데는 신경을 쓸 필요 없이

그냥 평소대로 하다보면 이미 다가와 있고 맞이해 있게 된다.

이제 가을이 되었고 아침, 저녁은 날씨도 제법 쌀쌀하다.

가을이 되어 준비할 때가 되면 생각나는 게 하나 있다.

2년전에 휴대폰을 하나 공짜라 더 산 것인데

어느 날 별로 내키지 않는 아는 지인이 같은 휴대폰을 들고 있는 것을 본 후로는

영영 더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

몇 달만에 휴대폰을 해지하고 깊숙이 쳐박아 두었다.

살때는 그래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보호캡도 골라서 사서 입혔는데

하나의 물건이지만 이것도 생명이 있는 것이고

다른 사람이 샀더라면 얼마나 사랑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내게 팔려와 못된 고생을 겪는구나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꺼내어 신변 가까이 두고 있다.

통화와 메시지는 해제되어 못쓰지만

다른 용도는 별 불편이 없다.

시간도 맞고 알람이랑 메모장이랑 계산기랑 원래 사용하도록 된 기능은 다 쓸 수있다.

그런데 요즘은 한 가지 물건을 사면 여러 기능이 다 되어 있으니

옆에 가까이 두긴 했지만 별 쓸모는 없다.

충전 후 며칠이 지나면 저 혼자 꺼져버린다.

앞으로는 쳐박아 둘거라면 아예 가지지를 말아야지.

모든 것은 저 혼자서는 다 중요한 것이고 귀한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