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비빌 언덕

zamzari 2010. 4. 13. 11:14


그늘, 안식처, 보금자리, 후견인이 있어야 이 세상을 살아갈 맛이 있다. 이들은 다 같은 의미로 쓰이는데 밥통을 몸속에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이게 있으면 좋은 점이 많다. 이것이 있다면 인생을 좀 쉽게 살 수 있고 없다면 좀 구차할 수도 있다. 이것이 있으면 평소 쪼끔 큰소리칠 수도 있어 살아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이것이 없다면 희망이 아득하고 참으로 따분한 것 같다. 이런 사람이나 의지처가 있어야 숨통이 트인다.


모두가 오해하고 알아주지 않아도 이 사람만은 나를 이해해 주고, 어디 갈 곳이 없어도 이곳만은 나를 받아들여주고 반기는 이것은 사람에게 있어 활력소이자 사막의 오아시스다. 살다보면 하찮은 일이라도 맥이 풀려 해결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이럴 때 약간 도움을 얻어 어려움을 해결하고, 괴로울 때 조언을 구해 마음으로 위로를 받고 해야 생을 살아 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소도 비빌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 말이 있듯이, 콧등에 살짝 땀방울이 맺히면 산들바람이 몹시 좋다. 숨막히게 더울 때는 그늘에 누워 쉬어야 더위를 식힐 수 있고, 뒤를 봐주는 그늘이 있어야 도움도 청할 수 있다. 달이 비추이면 그림자가 생기지만 태양이 비추이면 같은 방향이라도 그림자가 없다. 어려울 때는 이성(異性)이 제일일 수도 있다.

개구리가 옴츠려야 뛰듯이, 달리다가도 가끔씩은 쉬어야 하고, 한 주 동안 일하면 주말이 되어 쉴 수 있는데 이 맛으로 산다. 봄이면 봄나들이 가고, 여름이면 피서를 가고, 가을이면 단풍구경을 가고, 겨울이면 설경에서 뛰노는 이런 것이 사는 재미다.


그러나 바깥에 나가보면 군데군데 지지고 볶고 굽고 하는데, 음식을 너무 밝혀 주야(晝夜)로 배가 불룩하게 불러 소변볼때 그것도 볼수없다면 노후가 좀 걱정스런 사람이다. 음식은 나누어 먹어야 하는것 아니던가! 누가 혼자 터지도록 먹으라 했남. 또 평소 허파에 필요없는 바람만 가득 들어 늘 싸다니며 낭비가 심해도 뒷날 남에게 피해를 입히게 되는 것쯤은 알고 살아야 한다. 또 있다면 남도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