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해도 젖 먹을 권리 있어요’

공공장소 모유수유에 쫓겨나기도
호주,수유여성차별금지법 제정해

▲ 젖먹이기’ 대회에 참여한 캐나다 엄마들.
ⓒ Jamie Hoover
[대기원] 지난해 11월, 미국 공항에 있는 델타항공사 카운터 앞엔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하며 항의를 하는 엄마들로 가득했다. 이 항공사의 여성승무원이 비행기 출발 전에 모유수유를 하던 여성을 탑승 거부했기 때문이다. 에밀리 질레트라는 여성은 당시 비행기 좌석 끝에서 두 번째 줄에서 남편과 같은 줄에 앉아 아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그 승무원은 덮개로 가리라고 충고했고, 이를 거부한 질레트 가족은 쫓겨나야 했다.

항공사 측은 엄마들의 조직적인 거센 항의에 승무원 개인의 잘못된 판단이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모유수유가 유아에겐 최고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북미에서조차 이처럼 공공장소에서의 모유수유에 대해선 불쾌하다는 입장을 갖는 이들이 있다.

이런 일반인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지난 10월 중순 캐나다와 미국 전역에 걸쳐 소위 ‘젖먹이기’ 대회가 열렸다. 공공장소에서 한꺼번에 가장 많은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는 대회다.

대회 조직자 중 한 사람인 프란시스 존스 씨는 “일반인들을 교육시키고, 엄마들이 공공장소에서 모유수유를 편안히 느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일반인들이 모유수유하는 여성의 모습을 불쾌하게 여기는 요인 중 하나는 이런 모습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행사관계자는 설명한다.

현재 캐나다에선 모유수유 권장기간인 6개월 동안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여성은 다섯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존스 씨는 “엄마들이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수유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캐나다와 미국의 경우 1950년대부터 분유회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의료계가 모유보다는 분유가 영양면에서 더 뛰어나다는 인식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모유수유 운동을 펴고 있는 도나 페더스톤 씨는 1980년 대에 첫 아이를 모유로 키울 때만해도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쳤다고 전했다. “당시 시아버지가 반대했는데, 당시 남자들은 모유수유는 분유를 살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나 제3세계 여성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유가 엄마와 아기에게 주는 이점에 대한 과학적 연구결과가 지속적으로 발표되면서 이런 인식을 사라졌으나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고 페더스톤 씨는 지적했다. 바로 사회의 지원 부족과 편견이다.

편견은 여성의 가슴과 성을 동일시하면서, 일반인들이 이를 수유 개념과 섞어 놓는 데서 비롯된다고 페더스톤 씨는 비판한다. 따라서 한편으론 성적인 가슴의 노출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모성적인 가슴 노출을 피하는 모순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페더스톤 씨는 “분별 있게 가려서 젖을 먹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며 “젖을 먹이려고 (수유용 의자가 설치된) 공중화장실로 달려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한편, 지난달말 호주 뉴사우스웨일즈(NSW) 주는 기차나 버스,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모유 수유하는 여성의 차별을 금지하는 주법을 제정했다. 또 NSW 주의회는 의회건물 안에 수유실을 설치, 유축기를 이용해 직장여성들도 모유수유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호주 여성연합회는 공공장소에서 특히, 식당에서 모유수유를 하는 여성들은 통상적으로 자리를 뜨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며 수유 여성의 권리를 보호한 법이라 환영했다.

빅토리아(캐나다)=브레트 프라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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