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최초 월가 CEO, 오닐 메릴린치 회장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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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원]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의 스탠리 오닐 회장 겸 CEO가 지난 29일 메릴린치 사상 최대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오닐은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의 가난한 흑인 노예의 후손으로 태어나, 흑인 최초로 월가 투자은행의 CEO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2002년 CEO자리에 오른 뒤 주식 거래 위주의 보수적인 영업구조를 고수익,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영업구조로 개편, 메릴린치를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바꿔놨다. 덕분에 지난해에는 기록적인 영업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손실에 대한 충격도 컸다.

지난 주 3분기에서 메릴린치는 93년 기업 역사상 최대규모인 22억4천만 달러 적자로 최악의 분기실적을 기록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대출자가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메릴린치가 투자한 주택저당증권(MBS)의 가치도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릴린치의 재앙이 아직 그치지 않았다는 분석이 있다. 월가의 투자은행 임원들은 메릴린치가 고객들에 의해 피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 임원은 MSNBC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2년 간 메릴린치는 악전고투를 해야 할 것”이라 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오닐이 지난주 핵심사업의 확장을 위해 메릴린치를 와코비아은행에 매각해야 한다는 독단적인 논평을 한 것이 직접적인 사퇴 원인이란 분석도 있다. 오닐은 지난주 이사회 승인 없이 인수합병을 위해 와코비아은행에 접근하면서 일부 이사들의 원성을 샀다.

이번 사퇴로 스탠리 오닐 전 회장은 서브프라임부실 사태로 사임한 최초의 월가 CEO가 됐다. 따라서 서브프라임 사태로 적자를 기록한 시티은행그룹, 베어스턴스 등 다른 투자은행의 CEO들도 오닐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인지가 월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뉴욕=프랭크 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