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3천자 9분만에 암송

▲ 한국기록원에서 한문·한자 암송 기록 분야 한국 최고기록 인증서를 받는 오억근(81. 가운데) 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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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원]“자왈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 유붕이 자원방래면 불역락호아…” 지난 달 2일 한국기록원에서 열린 한문·한자 암송 기록 도전에서 81세의 오억근 옹은 논어와 맹자, 중용, 천자문의 구절들을 초연한 표정으로 술술 외웠다.

9분 35초 만에 한자 2192자, 토 885자 등 총 3077자를 암송했고, 한국기록원은 최근 오옹의 기록을 심의를 거쳐 한국 최고기록으로 인증한다고 밝혔다. 1초당 무려 5.3글자를 외운 것으로, 힙합가수들이 속사포 같이 쏟아내는 랩을 능가하는 속도다.

기록의 주인공인 소천 오억근 옹은 안성 출신으로 40년간 공무원으로 봉직하다 정년퇴임 이후 성균관 전학·전의, 한국서화협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억근 옹은 “유소년 시절 글방공부와 초등학교 공부는 했지만 중학교 공부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청년시절에는 조혼의 풍습과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독학을 통해 스물두살 나이에 공무원에 임용되어 정년퇴직을 했지만 평소 무학에 대한 설움과 배움에 대한 열정이 계속 남아있어 한자공부와 붓글씨 공부에 계속 정진하다 보니 한문 실력이 많이 늘었다”면서 “나이가 점점 들어가니 기억력도 많이 떨어지고 건강도 안 좋아져서 자신에게 도전하는 마음으로 한자 암송을 시작했는데 그 후로 기억력과 건강이 많이 회복된 것 같다” 고 기록도전의 배경을 설명했다.

기록도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한국기록원 김덕은 원장은 “논어, 맹자, 대학, 중용, 명심보감 등을 일정한 호흡과 음률을 타고 빠른 속도로 암송하는 걸 보니 패기 넘치는 랩퍼의 랩을 듣는 것 같아 매우 흥겨웠다”며 “이번 도전을 보니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해가 지기 전에 정열을 발휘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인생도 이 노을처럼 늙었을 때 색다른 목표를 세워 무엇인가 정열적으로 도전한다면 의미 있을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김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