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대 이기영 교수

올 여름처럼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이 없는 연구실 바닥을 물로 씻어내며 더위를 식히다 못해 맨발로 연구하는 이기영 교수(51). 자신의 일상생활속에서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 사회와 더불어 자연의 소중함을 노래하는 그는 호서대 자연과학부에 재직 중이다.

ⓒ 김진태 기자
생활하던 일상이 연구 소재로

“어린 시절 우리 집 앞마당엔 항상 돼지우리가 있었다. 어머님은 새벽 장에 채소를 내다파신 뒤 식당을 돌며 남은 음식물들을 모아 머리에 이고 오셨다. 이것이 ‘구정물’인데 여기에 방앗간에서 가져온 고운 겨를 섞으면 훌륭한 사료가 됐다. 이렇게 키운 구정물 돼지는 고기 맛이 담백하고 쫄깃쫄깃해 비싸게 팔렸고, 그 돈은 우리 형제의 등록금이 됐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도와 직접 농사를 지으며 자란 이 교수는 직접 겪어, 잘 알고 있는 생활을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사회에 접목시켰다.

“남은 음식물을 가열해 살균한 뒤 잘 부순 것에 김치, 막걸리와 같은 발효식품에서 분리한 유산균이나 효모 등 발효균을 키우면 젖산이나 알코올이 생성돼 부패가 방지된다. 더구나 발효균들은 냄새 성분을 먹고 자라므로 악취도 없고, 요구르트처럼 가축들의 위장을 건강하게 해 민감한 환경문제를 만드는 항생제 사용도 줄인다.”고 자신의 연구 성과를 설명했다.

남은 음식물로 생균사료를 만드는 연구를 10년 넘게 해오던 그에게 천주교는 1998년 ‘환경과학자상’을 수여했다. 이를 계기로 이 교수는 더욱 적극적이고 대면적인 환경운동을 시작한다. “개인적으로는 4년 동안 새 옷을 사지 않았다. 입을 변변한 옷이 없는 데도 옷을 사지 않자, 보다 못한 어머니가 손을 끌고 가, 억지로 옷을 사주셨다.”며 이 교수는 호쾌하게 웃는다. 자녀의 간식도 만두를 빚는 등 온 가족이 모여 만든다. 요즘 새로 만든 것이라며 이교수가 건네주는 쿠키는 일반 제품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콩국물을 내고 남은 비지로 만든 것이고 식품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음식이어서 주는 사람, 먹는 사람 모두 뿌듯했다.

▲ 글을 쓰고 쿠키를 구우며 노래도 하는 등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환경운동을 해나가는 이기영 교수
ⓒ 김진태 기자
참살이는 노래의 날개따라 퍼져가고

환경에 관련된 책을 써내고 여러 신문에 꾸준히 환경에 관한 글을 기고하는 등 역동적으로 환경운동을 하는 이 교수는 ‘참살이로 지구를 구하자’에 역량을 집중한다. 그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초록교육연대’를 출범시켰다. 생태친화환경교육 운동단체인 초록교육연대의 목표는 ‘초록학교’ 설립이다.

이 교수는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이 공존하는 희망과 평화의 세상을 바라는 초록연대는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필요한 바른 인식과 가치관을 전파한다. 자연친화적이고 함께 살아가는 ‘공존’을 가르치는 교육을 지향함으로써 한국교육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모색한다.”며 초록교육연대 활동의 의의를 설명했다.

친환경 식품을 이용한 학교 급식 실시, 빈 그릇 운동 등을 실천 프로그램으로 하는 초록연대 활동처럼 그의 환경 사랑은 자연스럽다. 그래서일까? 그 마음이 음, 율을 타고 노래로 나왔다. “작년에 ‘한강은 흐른다’를 소모임에서 불렀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 노래만큼 사람의 뇌리에 자연스럽게 남는 것은 없는 것 같다. 환경운동은 바로 삶 자체이므로 대중에게 친근한 노래 가사에 친환경적인 사고를 넣었다.”며 노래하는 환경운동가가 된 이유를 말했다.

자연을 아끼는 내용을 담은 딸과 나눈 대화나 일기, 편지가 노래 가사로 쓰여 어린이들이 환경을 이해하기 쉽게 했다. 기타를 메고 딸의 초등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환경을 공부하고 노래하는 이기영 교수는 환경 노래를 만들어 어린이 환경교육을 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EBS자연환경대상’을 수상했다.

▲ 실험실에서 폐수에 효모를 키워 생균사료를 만드는 등의 실험을 한다
ⓒ 김진태 기자
올바른 마음, 검소한 생활이 환경오염을 막는 대책

지난 2월 IPCC(유엔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 4차 보고서는 2100년까지 지구 기온은 섭씨 1.8~4.0도 상승을 예상하였다. 온도가 1.5~2.5도 오르면 지구상의 20~30% 생물류가 사라진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해결하는 길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지구는 끝없이 에너지를 평형화시킨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오염이 덜한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나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검소하고 절약하는 친자연적 생활’이 오히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라고 이 교수는 주장한다.

그는 이미 간소한 물질이 환경을 살릴 뿐 아니라 풍요로운 정신세계를 여는 것을 경험했다.
독일 유학 시절 학생이었던 이기영 씨는 무료로 방을 제공하는, 85세 된 음악가 집에서 살았다. “세계적인 음악가 바그너의 후손인 헤르만 바그너 씨는 한겨울을 담요 1장으로 지냈다. 냉수마찰과 기공 체조로 건강을 유지하고 만물이 상생한다는 노, 장자의 철학에 심취했다. 바그너 씨는 환경오염으로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동양의 자연관에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며 이 교수는 노음악가에게서 인생을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태도를 배웠다고 말했다.

“우리 민족에게는 ‘밥상머리 교육’이 있다.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사람에게는 더 높은 도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더 잘살기에 급급했다면, 이제부터라도 생명을 존중하고 남을 배려하며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드높일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을 부모가 밥상과 식탁에서 해야 하는 시점인 것 같다.”며 다양한 문화로 환경운동을 접근하는 이기영 교수의 전통에서 찾은, 또 하나의 대안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