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의 나비, 폭풍을 일으키다

▲ 독성물질을 포함한 중국산 치약의 한 브랜드 제품을 니카라와이 보건관리가 지난 6월 9일 공개하고 있다.
ⓒ AFP/Getty Images
[대기원] 디에틸렌 글리콜(DEG). 평범한 시민들이 그 용도와 유해성을 알기엔 너무 어려운 화학물 이름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해 파나마 시민들은 여론을 통해 이 두 글자를 귀에 박이도록 들어야 했다. 최소한 138명의 파나마 어린이들이 디에틸렌 글리콜이 든 감기약을 먹고 사망하거나 불구가 됐기 때문이다.

파나마 시에 사는 쿠나 인디언 에두아르도 아리아스(Arias, 51)씨도 이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지난 5월 초, 거리 노점상들도 애용할 만큼 싸기로 유명한 한 할인점에 공CD를 사기 위해 들렸다. 할인점에 들어서자 치약 더미가 눈에 띠였다. “제가 치약튜브를 만져보지 않아도 그 글씨를 읽을 수 있을 만큼 컸죠. 바로 디에틸렌 글리콜이었습니다”

중급 공무원인 아리아스 씨는 신고할 요량으로 치약을 샀다. 휴가까지 내가며 발걸음을 재촉했으나, 막상 관리들은 무관심했다. 서로 담당이 아니라며 다른 부서를 알려줬고 몇 군데를 돌며 힘든 걸음을 해서야 접수가 받아졌다.

사흘 후, 파나마 보건당국의 최고 관리 카밀로 앨리니 박사는 파나마시에서 디에틸렌 글리콜을 함유한 치약이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쇼핑객”에 의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 발견은 이후 남미,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나이지리아 등 34개국이 중국산 유해치약에 대한 경보 발령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세계의 여론은 중국산제품 공포로 들끓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이 신원미상의 쇼핑객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침내 뉴욕타임즈(NYT)는 이 신원미상의 시민을 찾아냈다. 지난1일자 신문에서 유해치약의 폭풍을 일으킨 무명 시민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아리아스 씨가 신고한 유해치약은 영어 라벨에 원산지 표기는 없었고, 독일에서 온 듯한 표시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파나마 보건관리들은 속지 않았다.

유해치약 발표가 있기 하루 전, 파나마 언론들은 영국일간 더 타임즈의 보도를 1면 머리기사로 인용 보도했다. 감기약에 섞여 들어간 단맛이 나는 독성 물질인 디에틸렌 글리콜의 원산지는 바로 중국으로, 중국 회사가 가짜 라벨을 붙여 자동차 부동액에 사용되는 이 독성물질을 판매했다는 것이다.

파나마 관리들은 중국을 의심했다. 그리고 화물기록을 살펴본 결과 파나마의 콜론자유무역지대를 통해 들어 온 것이 확인됐다. 무관세로 물건이 들고 나는 이 곳을 통해 5-6천 개 유해치약이 무허가로 파나마로 반입됐고 나머지는 중남미 국가로 넘어간 것이 확인됐다.

지난 6월 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중국산 유해치약이 미국 내에서도 판매되고 있고, 일부는 디에틸렌 글리콜 성분을 표기하지도 않았다고 발표하면서 그 파장은 더욱 커졌다.

캐나다는 중국산 유해치약 브랜드만 32개, 뉴질랜드는 16개를 발견했다. 일본에 있는 유해치약 수는 2천만 개에 이르렀다. 미국은 병원과 고급 호텔에 유해치약이 공급된 것이 밝혀졌다.

또 캐나다 당국은 유해치약이 세계적인 치약 브랜드인 콜게이트와 센소다인 이름까지 도용했으며, 이 가짜 치약도 중국에서 왔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중공당국은 디에틸레 글리콜을 사용하는 중국치약회사를 변호하면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나, “치약은 먹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캐나다 당국은 중국산 유해치약의 디에틸렌 글리콜 농도가 파나마 어린이 사망 원인이 된 유해 감기약의 두 배라는 실험결과를 발표하면서 그 위험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커졌다.

마침내 센소다인 사는 가짜 센소다인 치약을 추적, 중국 저장성의 한 공장을 찾아내 폐쇄시켰다. 중공당국도 파나마 유해 감기약에 사용된 화학물질을 제조한 공장을 폐쇄했다. 그리고 지난 7월 중공당국은 치약에 디에틸렌 글리콜 사용을 전면 금지시켰다.

한 시민의 작은 관심이 일으킨 전 세계 중국산 치약 파문. 파나마의 저명 연구소로 알려진 GMI소장 요르게 모타 박사는 NYT와 인터뷰에서 이 일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 “파나마 나비의 작은 날개 짓이 중국에 폭풍을 일으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