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신비 좋은 글 2012. 5. 17. 15:48

소설 ‘아버지와 아들’로 유명한 러시아 문호 이반 세르게비치 투루게네프는 어느 날 사냥을 나섰다가 평생 잊을 수 없는 광경을 만났다.


앞서가던 그의 사냥개가 갑자기 자세를 낮추고 살금살금 기어가는 것이었다. 그는 ‘뭔가 큰 놈을 발견한 것이겠구나!’하고 사냥개 뒤를 밟았다. 그런데 사냥개가 발견한 것은 강풍에 자작나무 숲이 몹시 흔들리는 와중에 둥지에서 떨어진 머리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린 멧새 새끼였다. 사냥개는 킁킁거리며 새끼 멧새에게 다가갔다.


그때였다. 가슴팍이 까만 멧새 한 마리가 날아와 새끼 멧새 앞에 내려앉았다. 새끼 멧새의 어미가 분명했다. 어미 멧새는 깃털을 곤두세우고 청천벽력 같은 소리로 “노터치 노터치”라 절규 하듯이 지저댔다. 그리고는 두 번이나 팔짝 뛰어 사냥개 주둥이를 공격했다. 그리고 어미 멧새는 그 작은 몸을 쉴 새 없이 떨더니 그 자리에서 픽 쓰러졌다. 어미 멧새는 제 새끼를 구하려고 자기를 내던진 것이다.


어미 멧새에게 사냥개는 엄청나게 큰 괴물이다, 그러나 제 새끼가 위험에 처한 것을 본 어미 멧새는 높고 안전한 자작나무 위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모성이라는 사랑의 힘이 어미 멧새로 하여금 안전한 나뭇가지에서 사지(死地)의 위험 속으로 몸을 던지게 한 것이다. 사냥개는 새끼 멧새에게로 나아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뒷걸음질 쳤다. 사냥개도 어미 새의 죽음을 무릅쓴 그 희생적인 새끼 사랑을 눈치 챘던 것이다. 투루게네프는 어리둥절하고 주춤거리는 사냥개를 급히 불렀다. 그리고는 경건한 마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이런 기록을 남겼다.


“그렇다. 웃지 말아주시오! 나는 그처럼 작고 영웅적인 멧새의 열정적인 사랑, 희생적인 사랑, 두려움을 초월한 사랑 앞에 깊은 존경심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 것을, 사랑은 죽음의 공포보다 더욱 강하고 굳세다는 것을, 그 작은 어미 멧새로부터 배웠다. 그와 같은 사랑만이 나의 삶을 지탱할 수 있으며 그런 사랑만이 나 자신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우리는 사랑이 절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비록 사랑이 메말라 가고 있지만 사랑이 점화되면 모든 것이 회복(善解)된다. 삶 가운데 사랑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사랑으로 다가간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과 기쁨이 가득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흔히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한다. ‘아버지의 사랑(火)’과 ‘어머니의 사랑(水)’이 ‘큰 조화(水昇火降ㆍNatural Harmony)’를 이루어 황량했던 대지가 신록을 우거지게 하는 것이 아닐까!? 자연의 변화도 그 근본은 우주적인 사랑의 상호작용으로 운영되는 거대한 질서가 아닌가 싶다.


청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