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박스] 펀드런

/김용민기자

지난 8월 유럽 2위이자 프랑스 최대은행 'BNP 파리바'의 3개 펀드 환매중단 선언이 발표되자 일시에 집중적인 인출사태와 이에 따른 주가폭락이 빚어졌다. 돈의 무게중심이 은행에서 증권 상품으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금융 위험의 가능성이 단적으로 나타난 사건이었다.

이를 두고 금융권은 은행이 부실해지면 예금자들이 돈을 찾기 위해 먼저 은행에 달려가던 뱅크런(bank run)처럼 투자자들이 펀드가 부실해질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먼저 환매하겠다고 덤비는 새로운 금융 패닉으로 펀드런(Fund run)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국내에서도펀드런 현상은 종종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2003년 SK글로벌 회계 부정과 LG카드 부도 위기로 나타난 펀드 대량 환매 사건을 꼽을 수 있겠다. 당시 투자자들은 '환매 러시'에 따른 일시적 상품가치 급락으로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봤다. 만약 당사자들이 협의를 통해 환매를 하지 않았다면 손해는 줄어들었거나, 운이 좋았다면 이익을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안 팔아도 남이 팔면 손해는 고스란히 내몫'이라고 생각했을 개인들은 선택의 순간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을 것. 게임이론에 등장하는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상황이 펀드런에서도 연출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