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어학연수 한번 안 다녀온 그들, 영어고수된 비결 뭘까

/윤철희기자 fehy@yeongnam.com/사진=손동욱기자

요즘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 중의 하나가 아이 영어 실력일 것이다. 영어 공부하면 해외 어학 연수를 떠올리고, 또 영어권 국가로 연수를 다녀오면 실력이 일취월장할 것으로 기대하는 학부모가 있다. 하지만, 해외에 거주했거나 어학 연수 경험없이 국내에서의 공부만으로도 수준급 이상의 영어 실력을 자랑하는 학생도 많다. 해외 어학연수 경험도 없는 '순수 국내파'인 이지영양(대구 지산중 2년)과 신택형군(영신초등 6년)에게 영어 공부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눈뜨자마자 영어CD 틀어요"

♣ 이 지 영(대구 지산중 2년)=토플 107점(120점 만점)·부모따라 유럽 갔다온 게 해외경험 전부

초등 저학년땐 동화책·고학년땐 교양잡지 공략

"매일 꾸준히 히어링하다보니 귀 뚫리더라고요"

#듣고 또 듣고

이지영양은 주변에서 '영어짱'으로 통한다. 이양은 지난 8월 처음 치른 토플 성적이 107점(120점 만점)으로, 국내 외국어고의 특별전형에 합격할 수 있는 점수이다. 토플 데뷔 성적으로는 최상위급 수준인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토플을 본격적으로 공부한 지 7개월만에 거둔 성적이라는 점이다.

이양은 해외 어학 연수 한번 나간 적 없다. 해외 경험은 부모따라 유럽 등을 여행한 게 전부다. 그러나 영어 구사 능력은 해외에서 1년 이상 거주한 '해외파' 학생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게 주변의 평가이다. 이양은 "토플에선 말하기 영역이 다소 취약하지만, 원어민과 대화나 토론을 하는데 별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이양이 이렇게 뛰어난 영어 실력을 갖춘 데에는 어릴 때부터 영어 동화책이나 교양잡지 테이프를 즐겨 들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이양의 영어 공부 입문은 빠른 편이 아니다. 초등 1학년때 학원에서 'A, B, C'를 처음 배웠다고 한다. 평범하게 영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성실하고 모범적인 태도로 영어의 기초를 다졌다는 것이다.

초등 저학년땐 주로 영어 동화책을 읽고, 테이프나 CD를 매일 조금씩 꾸준하게 들었다. 여기에는 부모의 뒷받침도 컸다. 집에선 시간 날 때마다 영어 동화 테이프를 틀어주고, 무의식 중에라도 듣도록 했다. 이양은 "놀면서도 영어 테이프를 들었다. 흥미있는 대목이 나오면 놀던 것을 멈추고 주의깊게 들었다. 내용도 재미있었고, 이 때문에 영어에 흥미를 붙인 것 같다"고 밝혔다.

초등 5학년부터는 듣기용 교재가 영어 동화에서 '리더스 다이제스트'라는 교양잡지로 바뀌었다. 이양은 "처음엔 내용은 물론, 어휘도 어려워 무척 애를 먹었다. 먼저 잡지를 보면서 CD를 들었고, 나중엔 CD만 들었다. 내용이 어려워 많은 분량을 들을 수 없었지만, 집에서 쉴때 등 틈만나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양은 이런 공부는 4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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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고 있다. 월간으로 발행되는 교양잡지를 무려 4년간 매일 조금씩 듣다보면 귀가 뚫리는 것은 물론, 배경지식도 많이 쌓게 됐다는 것이다. 이혜영 청담어학원 대구브랜치 부원장은 "이양이 토플 성적이 좋은 것은 이처럼 배경지식이 풍부한 것도 요인으로 작용된다"고 설명했다.

초등 6학년때 가족과 함께 유렵 여행을 다녀 온 것도 영어 공부에 매진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양은 "여행지에서 외국인에게 대화를 시도했지만, 처음엔 단어가 생각안나는 등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귀국해선 학원이나 학교에서 원어민 강사와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했고, 덕분에 원어민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양은 요즘도 영어 CD 듣는 것과는 별도로 1주일에 4일가량은 하루3~4시간씩 토플 공부에 할애한다. 주로 토플 실전 문제나 모의 테스트에 초점을 맞추고, 문법은 EBS교재를 활용해 공부한다. 시간나면 케이블TV의 디스커버리 채널도 즐겨 듣는다.

이양의 목표는 토플 만점을 받는 것. 이번 겨울방학때 도전할 작정이다. 이양은 "해외 어학연수는 체험 이상의 학습효과는 없는 것 같아 지금은 관심이 없다. 대학에 진학한 뒤 한번쯤 해외 연수를 갈 작정"이라면서 "어느 고교로 진학할지는 결정하지 않았지만, 대학은 영문학이나 법학을 전공한 뒤 통역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치원때부터 영어동화책 맛 들였죠"

♣ 신 택 형 (대구 영신초등 6년)=웬만한 영어소설 막힘없이 읽어…원어민 선생님과 토론은 기본

모르는 단어요? 사전 바로 안찾고 문맥 통해 의미 이해!

 #읽고 또 읽고
 초등 6학년인 신택형군은 해리포터 등 웬만한 영어 소설을 막힘없이 읽는다. 영어 학원에선 모두 해외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과 수업을 하지만, 별 어려움없이 원어민 강사와 토론을 하면서 공부한다. 그렇지만 신군 역시 가족과 함께 여행을 3~4차례 다녀 온 것 이외에는 해외 연수 경험은 없다.

 신군의 이런 영어 실력의 배경에는 꾸준한 영어 책 읽기가 있다. 유치원 때부터 영어 동화책을 읽기 시작했고, 어휘와 독해 능력을 쌓으면서 매직트리 시리즈 등을 접했으며, 요즘 셜록홈즈 등의 추리소설에 심취해 있다고 한다. 저학년 땐 쉬운 동화책 위주로 3~5쪽씩 읽다가 차츰 분량을 늘려갔다. 또 원서를 읽는 중에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바로 사전을 찾지 않고, 문맥 속에서 그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뒤, 사전을 찾아보는 식으로 접근했다.

 신군은 "인내심을 갖고 꾸준하게 원서를 읽다보니 영어 실력이 부쩍 는 것 같다. 요즘 사회나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많이 읽으려고 노력한다. 원서를 읽으면 독해능력과 배경지식, 단어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장점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