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말 때문에 상처 받으신 적이있으십니까? 저는 안좋은 말을 들으면 성격이 예민한 탓에 신경성위염으로 고생하고는 합니다. 하물며 말로써 성희롱을 당하는 당사자는 얼마나 고통스롭고 괴로울까요?"


어렸을 적에 이름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다. 한 번은 국사시간 때 교과서를 읽게 되었는데 하필 '이완용'이란 이름이 나오는 것이었다.

내 이름과 같지는 않았지만 발음이 이완용과 비슷했기 때문에 친구들은 웃었고 그 후 별명이 '매국노'가 되어 버렸다.
물론 친구들은 장난으로 불렀으나 좋지 않은 의미의 별명은 내내 날 괴롭게 만들었다.
초, 중, 고등학교 때는 친구들이 아직 철없고 어렸으니 이해가 갔지만 대학, 군대, 심지어 직장에서 까지 가끔 남의 이름 가지고 농담을 할 때면 애도 아닌 어른이 남의 컴플렉스로 장난치는 것 같아 화가 날 때가 많았다.

얼마 전 유명인의 스캔들이 있었는데 그 당사자와 이름이 같은 후배가 있다.
그 이름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이름 중에 하나다.

친한 사이라 메신저를 통해 자주 대화를 주고 받는데 활발한 성격의 그녀가 내게 고민을 털어 놓은 적이 있다. 직장에서 성(性)적인 놀림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이름과 섹스 스캔들의 당사자와 동명이인(同名異人)이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직원들의 불쾌한 농담(?)이 잦아졌다고 한다.

언론에 처음 보도될 때 까지만 해도 가끔 직원들이 농담삼아 "우리 xxx씨가 xxx인줄 알았어요." 라고 말하는 정도였지만 x일보에서 사건이 섹스 스캔들로 비화된 이후로 그 농담의 강도가 심해져 수치심까지 느낀다는 것이다.

휴게실에서 신문을 보던 직원이 들을 수 있는 말로 "xxx 몸매 괜찮네"라고 말하면 놀라서 돌아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xxx가 잘못했어"라는 식으로 화제가 신문기사인양 말을 바꾼다는 것이다.

회식자리에서 꼭 나오는 화제가 그녀와 같은 이름의 동명이인이다 보니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 불편하고 그런 자리에서 자신과 비유해서 이야기라도 하면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다는 것이다.

후배가 당하고 있는 일들이 '언어적 성희롱'이라는 것을 이때서야 실감할 수 있었다.

법적으로 언어적 성희롱(성폭력)에 해당하는 사항을 살펴보니
- 음란한 농담이나 음담패설
-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
-
성적 사실관계를 집요하게 묻는 발언
등이 해당한다고 한다.


분명 후배가 당한 일은 '언어적 성폭력'으로 제재 및 처벌이 될 사항이다.
하지만 '언어적 성폭력'을 '성폭력'의 범주안에 넣어두고 있어 이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 및 처벌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한다.

단순히 성폭력의 범주 안에서 잘못 다뤄진다면
피해를 입은 후배나 실제로 농담(?)삼아 이야기했을지도 모를 회사직원이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회사라는 조직에서 동료로 부터 당하는 언어적 성희롱은 일상적인'말'이기에 이를 규제할 만한 기준이 애매모호한 탓에 '언어적 성폭력'의 제재 및 처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배가 회사나 가해 직원을 대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곧 회사를 그만 둘 각오를 해야 할 정도로 쉬운 일이 아니다.

광범위하게 만연해 있는 '언어적 성폭력'을 완전히 근절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관련 부처는 '언어적 성폭력'에 대해 문제 인식부터 해결에 이르기까지 객관적이고 명확한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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