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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신성 폭발의 잔존물에서 나온다고 알려진 초고속 입자들의 공격… 암 유발하는 우주선 막지 못하면 화성 탐사나 우주 여행은 불가능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30년께 화성에 유인 탐사선을 보내 500일간 머무는 ‘유인 화성탐사 계획’을 마련했다. 3대의 우주선이 6명의 우주비행사를 싣고 귀환까지 2년 반의 일정으로 화성으로 출발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화성 지표에서 사용할 거주장비 등을 탑재한 2기의 무인 물자수송 로켓이 8개월여에 걸쳐 화성 궤도에 진입해 유인 착륙에 대비할 예정이다.
△ 인간의 우주 여행을 가로막을 최대 장애물로 꼽히는 우주선. 초신성 폭발 과정에서 나오는 감마선이 우주 입자의 위험을 극대화한다는 영상 자료 분석 결과가 나왔다. |
최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류의 생존이 우주 식민지 실현에 달려 있다”면서 40년 안에 화성에 영구 기지를 세울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정말 NASA의 의도대로 우주비행사가 화성과 그 너머의 우주로 머나먼 여행을 떠나고 식민지를 세울 수 있을까.
대기와 자기장이 지구를 보호
우리를 꿈에 부풀게 하는 우주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뒤덮인 공간이다. 우주 여행자들은 돌진하는 소행성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작은 우주 쓰레기를 피하지 못하면 거대한 폭발을 감당할 수 없다. 어쩌면 그보다 미세한 위협이 인간의 우주 여행을 가로막을지도 모른다. 우주에는 DNA나 분자를 파괴할 수 있는 입자들이 초고속으로 움직여 우주 여행자에게 치명적인 암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NASA의 우주 방사선 보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프랭크 쿠치노타는 “화성 유인 탐사의 가장 큰 위험은 우주비행사가 방사선에 노출되는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주에 강도 높은 태양광이나 감마선 등 치명적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은 새롭게 밝혀진 게 아니다. 20세기 초반에 물리학자들은 어떤 물체가 전하를 띠면서 서서히 사라지는 공기의 이온화 현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우주에서 오는 불가사의한 실체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미국 항공우주국이 추진하는 화성 탐사도 우주선을 극복하지 않으면 실현 가능성이 낮다. 우주 비행사가 화성에 착륙한 모습을 담은 상상도. |
그러다가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물리학자 로버트 밀리칸이 ‘우주선’(ultrahigh-energy cosmic rays)이라 이름 지어 널리 알려졌다. 우주선은 광선이 아니라 무거운 핵이 아주 조금 섞인 양성자로 이뤄진 이온이다. 이 우주선은 빛의 속도로 이동해 대기와 충돌한다.
아직까지 우주선의 기원은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천문학자들에 의해 우주선이 폭발하는 항성이나 초신성(supernova)의 잔존물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뿐이다. 영국 더럼대학 폴라 채드윅 교수팀은 나미비아에 건설한 천체망원경을 이용해 거대한 별들이 붕괴하는 초신성 폭발 잔존물에서 감마선의 흐름을 파악했다. 이에 따르면 초신성 과정에서 방사선이 발생해 입자들이 가속된다고 한다. 하지만 천체망원경으로 얻은 초신성 영상으로 우주선의 기원을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초고도 에너지 입자 모두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초신성이 우주선의 근원 가운데 하나인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만일 대기나 자기장이 지구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우주선의 영향으로 생명현상을 이어가기 어렵다. 특히 지구 대기권 1㎠당 1kg씩 있는 공기는 우주선을 무력화하는 구실을 한다. 공기 속에 있는 원자들의 핵이 우주선과 충돌해 위험을 걸러내는 것이다. 이 충돌 과정에서 생긴 우주선의 파편으로 전자와 양전자 등이 나오지만 서로 부딪쳐 소멸되고 낮은 에너지의 감마선을 방출한다. 대기를 파고든 우주선은 에베레스트 같은 높은 고도에서 몸부림을 치지만 고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우리가 우주선의 위험을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우주비행사들은 핵 반응만큼의 방사선에 노출되지는 않지만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주비행사들은 1년 동안 우주를 여행해도 방사선 작업자들이 일생 동안 받는 것보다 많은 방사선에 노출된다. 지구 해수면의 방사선량이 0.02~0.04렘(rem)이라면 달 표면은 7~12렘, 행성 사이 공간은 13~25렘이나 된다. 대기 밖에서 매 초 한 개의 양성자나 무거운 핵이 손톱만 한 면적을 통과한다. 매 초에 약 5천 개의 이온이 몸 전체를 통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때 핵 폭발 과정에서 나오는 감마선이나 고속 입자에 노출되는 것에 버금가는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탐사선 재질 개발, 보호벽 연구
그렇다면 우주 공간에서 우주선에 노출되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만일 적도 부근의 궤도에 있는 우주비행사라면 우주선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지구의 자기장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 자기장이 영향을 미치는 공간은 우주에서 티끌 정도의 크기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화성 같은 행성으로 여행을 떠날 때 우주선의 영향을 받지 않을 공간은 어디에도 없다. 우주비행사가 치명적인 암에 걸릴 확률을 40%나 높이면서 행성 여행을 떠날 리 없다. 우주선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화성 착륙의 꿈은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우주탐사선의 주요 재질은 알루미늄이다. 문제는 알루미늄이 우주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우주선으로부터 우주비행사를 보호할 수 있는 플라스틱 같은 물질로 우주탐사선을 개발하는 게 급선무다. 지구 자기장을 대신하는 초전도 자석으로 우선 차단할 수 있다. 우주탐사선이 비행사들을 보호하려면 20억 전자볼트(입자물리학의 표준 에너지 단위)의 에너지를 지닌 우주선 양성자를 튕겨내야 한다. 역시 실현 가능성이 낮다. 수m 크기의 우주탐사선에 20테슬라(자기장 강도를 가리키는 단위) 정도의 자기장이 필요하다. 설령 거대한 초전도체를 개발해도 화성까지 운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부 과학자들은 우주에 지구 대기 같은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우주 공간에서 물이나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구형의 보호벽을 만들려는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우주선의 충돌 파편을 흡수하는 대기 공간은 깊이 5m의 물탱크여야 한다. 무려 500t이나 되는 물탱크를 30여t에 지나지 않은 우주탐사선에 실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령 에틸렌으로 중합반응을 유도해 고체인 폴리에틸렌을 형성해 저장탱크의 무게를 줄여도 획기적으로 줄이지는 못한다. 지금으로선 우주비행사의 발목을 잡는 우주선을 현실적으로 차단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렇듯 우주선은 인위적으로 제어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우주비행사가 우주선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를 위해선 발사와 추진 기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초고속 우주여행을 실현해야 한다. 아니면 화성 기지를 땅속 깊은 곳에 건설해야 한다. 화성의 대기는 1㎠당 10g에 지나지 않기에 엄청나게 깊은 곳에 세워야 한다. 이보다는 우주비행사가 우주선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는 게 빠를지도 모른다. 세포의 자연 치유력을 극대화하거나 방사능이 DNA를 손상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다.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과학기술
우리가 아는 우주선의 실체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그만큼 연구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얼마 전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눈여겨봐야 할 과학기술 연구분야로 ‘중력법칙’ ‘리보핵산 간섭기술 치료’ ‘고온 초전도체’ 등과 함께 ‘우주선 규명’을 꼽았다. 올 하반기 아르헨티나에 건설 중인 피에르 오제 우주관측소가 완공되면 우주선 규명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런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화성 착륙을 꿈꾸거나 우주 식민지를 거론하는 것은 속절없는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우주선을 잡지 않는다면 우주선이 우리를 지구에 묶어둘 것이다.
(출처: 한겨레21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
(출처: 한겨레21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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