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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몰락하는 인도의 브라만, 최하층 천민과 손잡고 부활 몸부림
낮은 계급 우대정책에 밀려 소수의 브라만 계급 빈민층으로 급속 전락
국회의원도 전체의 9%에 불과… UP주 선거서 천민 지지하며 정치적 입지 회복 노려
▲ 불가촉천민 출신의 지도자 마야와티를 지지하는 우타르 프라데시 주민들.마야와티의 당선에는 브라만 계층의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 (photo AP)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공중화장실 청소를 담당하는 인부 중 50명은 브라만이다. 5명이 보통 1개의 화장실을 책임진다. 브라만은 신분제 사회인 인도에서 최상위 카스트. 화장실 청소는 전통적으로 가장 천한 일로 여겨졌고, 최하층민인 불가촉천민이 담당해왔다. 브라만이 화장실 청소를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델리 시내 북쪽 아자드푸르 지역의 공중화장실 청소부인 라메쉬 자는 중부 비하르주 출신인 브라만이다. 인도 시사주간지 아웃룩 보도에 따르면 7년 전 델리에 온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해 “화장실 청소 일을 하는 데 대해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면서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브라만이면서도 인부로 일하는 카믈레시 초드리 역시 “농사는 수입이 너무 적어서 대도시로 나왔다”고 말했다.
브라만은 전통적으로 힌두교 사제나 학자 일을 해왔다. 브라만은 힌두 사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머리카락 일부를 길게 기르는 헤어스타일을 하고, 웃옷은 벗고 대신 가느다란 한 줄의 띠를 어깨를 가로질러 허리춤까지 매고 있다. 델리의 공중화장실에서는 이런 차림으로 브라만이 화장실 청소를 한다.
일반적으로 브라만은 잘살고, 배운 게 많아 오만하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 현대 인도에서 브라만 계급이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선거 민주주의가 자리잡으면서 소수인 브라만이 ‘수의 경쟁’에서 다른 하위 계급에 밀려났다. 낮은 계급에 대한 정부의 우대정책에 밀려 공무원이 되고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에서는 요즘 ‘브라만은 오늘날의 불가촉천민(달릿·Dalits)’이라는 말이 나온다.
델리의 일부 지역에서는 인력거꾼인 릭샤 왈라의 상당수도 브라만이다. 파델 나가르 지역의 릭샤 왈라는 무려 50%가 브라만이다. 하루 종일 고되게 일하고도 평균 100~150루피(약 3440원)의 수입밖에 올리지 못한다. 힌두교 성지로 유명한 우타르 프라데시(UP)주의 갠지스 강변 도시 바라나시의 릭샤 왈라도 대부분 브라만이다.
남인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IT도시 하이데라바드가 주도인 안드라 프라데시주에 살고 있는 브라만의 현주소는 비참하다. 라다 크리쉬나의 책 ‘인도의 브라만’에 따르면 이 주의 가정부나 요리사 등 가사를 돕는 하인의 75%가 브라만 출신이다. 조사대상 브라만의 55%는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인도의 빈곤선은 한 달 수입 650루피(약 1만4900원)이다. 인도의 평균 빈곤층은 45%인 만큼 브라만의 빈곤층 비율은 10%포인트 더 많은 셈이다. 조사대상 브라만의 80%는 자신의 가난과는 어울리지 않는 전통적인 브라만 의상과 헤어스타일이 다른 카스트의 웃음거리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인도인은 대부분은 이 같은 브라만의 실상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프랑스 언론인인 프랑수아 고티에(Gautier)는 지난해 델리의 공중화장실에서 일하는 브라만의 이야기를 발굴했다. 글이 나가자 인터넷 사이트의 댓글에는 “브라만이 화장실 청소부이고 릭샤 왈라라니? 한 달에 150루피도 못 버는 힌두 사제가 있다니 놀랍다”는 내용이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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