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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설계]현재가 편하다고 미래를 낙관 마라
‘쏜다’라는 영화가 있다. 평소 바른 생활을 하기로 유명한 ‘만수’가 노상방뇨 한번으로 경찰서에 잡혀가고 그곳에서 만난 ‘철곤’ 때문에 상황이 점점 나빠진다. 경찰차를 훔쳐 달아나기도 하고 국회의원을 저격하기도 한다. 결국 엄청난 능력을 가진 테러리스트가 되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다. 영화를 보면서 하나의 단어가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설마’였다. 설마 노상방뇨로 경찰서까지 가겠어,로 시작한 사건이 시간이 지나면서 눈덩이처럼 커지고 만다.
재무적으로 보면 이들은 미래에 벌어들일 자산으로 현재를 살고 있는 구조였다. 미래의 안정성이라는 환상 속에서 현재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 부부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상담을 받는 많은 가정의 미래 현금 흐름은 그다지 좋은 모습이 아니다. 이들 가정의 약 90%는 실질적으로 은퇴하는 65세를 전후하여 자산 흐름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소득 없이 소비만 하는 생의 마지막 시기인 노후에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바라보는 모습을 상상하면 현재의 행복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약한 토대 위에 있는지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직장생활을 5년 정도 했는데도 자산을 2000만 원 정도밖에 모으지 못한 20대 미혼 여성 고객에게 “저축을 많이 못 하셨네요?”라고 묻자 “그래도 대출은 없잖아요”라고 대답하여 기분이 묘해진 적이 있다. 적어도 남에게 의지하지는 않으며, 그래도 주위 사람들보다 낫다는 의미를 깔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에게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해야 한다’, 즉 미래에 잘 살기 위해 젊었을 때 아껴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 다가올 미래는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냉혹하다. 20년 벌어 50년 먹고 산다는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자. 20년 이후의 30년을 어떻게 먹고살 것인지는 단순히 ‘나머지 30년’이라는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돈을 왜 모으는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필자는 항상 ‘경제적 독립’을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경제적 독립은 대출이 없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20대 미혼 여성처럼 현재 남의 도움 없이 혼자서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시기에 따라 남이라는 대상도 변하기 마련이다. 생의 초기엔 부모님이었다가 이후엔 형제나 기타 금융기관이었다가 생의 후반으로 가면 자녀가 되는 것이다.
이 글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명확하다. 미래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공무원 부부나 소득으로 소비를 충당하는 미혼 여성이나 이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이 시대 보통 사람들이나 미래를 너무 낙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편안함에만 안주하거나 ‘설마’ 하는 생각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현재를 살아간다면 미래에 그 대가를 충분히 치를 것이다.
엄철용<포도에셋 개인재무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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