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여름 전미 차트 정상에 오른 '애니의 노래(Annie's song)'.
삶의 축복을 노래하는 그의 지향을 축약한 이 노래는 이후 수년간 결혼식 때 축가로 가장 많이 연주되었다. 이 곡은 영국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으며 4년 뒤에는 아일랜드 플루트 주자 제임스
골웨이(James Galway)가 연주곡으로 리메이크해 3위에 랭크 시켰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이 곡은 그가 캠퍼스 커플로 1967년 결혼한
아내 앤 마텔(Ann Martell)을 위해 쓴 곡이었다. 스키 리프트에서
10분만에 썼다는 이 곡은 노랫말 가운데 애니(앤의 애칭)라는 말을
집어넣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 노래가 애송되는 이점으로 작용했다.
이 곡은 <피플>지로부터 그가 쓴 가장 훌륭한 러브 발라드라는 평판을 얻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1980년대 들어서 존 덴버는 이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영원할 것만 같던 아내 앤 마텔과의 관계가 삐꺽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1979년에 이미 궤도를 이탈했다. 잉꼬나 다름없던 둘은
덴버의 엄청난 성공에 불안과 위기를 느낀 앤이 남편과 '의사 소통이
중단됨을 느끼면서' 악화되었다. 이혼 수속을 밟은 두 사람은 마침내
1983년 갈라서고 말았다. 존은 이 무렵을 이렇게 회고한다.
“애니와의 이혼은 내 생애 가장 뼈아픈 순간 중의 하나였다.
우리는 16년간 부부였다.결혼 15주년 기념일에 우리는 조용히 앉아
'우리 잘 안되고 있어'라고 얘기했다. 난 그녀에게 '당신이 내게 원하는 것을
난 당신에게 줄 수가 없어. 그러니 다른데 눈을 돌리는게 나을 거야'라고 말했다”
이혼을 맞아 그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슬쩍 입장을 내비쳤다.
“난 다시 사랑에 빠지고 싶지만 그렇게 될 거라고 확신하지 않는다.
난 너무도 바빠 한 여인을 내 인생에서 가질 수 없다. 내 마음속의
마지막 일은 관계를 지속할 여인을 찾는 것이다. 그러니 하여튼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여성에 대해 정말 배워야 할 것이 많다”
당시 언론은 잉꼬 부부였던 존과 애니의 이혼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한결같이 '아니 존 덴버가 이혼이라니...'라는 반응이었다. 아마도 그가
'애니의 노래'만 부르지 않았어도 충격은 훨씬 덜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충격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더욱 커다란 쇼크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는 1988년 8월 '너무 바빠서 여자를 사귈 수 없다'는 말과 달리 호주 출신의
늘씬한 가수 겸 배우인 카산드라 델라니(Cassandra Delaney)와 재혼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28살인 델라니는 45세였던 존 덴버보다 무려 17살 연하였다.
그는 지난 1990년 한국을 찾아 힐튼호텔에서 공연을 가진 바 있다.
콘서트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애니의 노래'의 주인공인 애니와
왜 헤어지게 됐는가”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사람은 좋아질 때도 싫어질 때도 있다”고 말끝을 흐렸다. 휴식도 없이 내리
10곡 이상을 부르는 등 환상적인 호흡과 성량을 자랑한 이 내한 무대에서
그는 끝내 최고의 레퍼토리인 '애니의 노래'는 부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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