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 있는 저소득층 주민들을 위해 무료 음식을 제공하는 비영리 기관인 마서스 테이블(Martha`s Table)에서 자원봉사자로 샌드위치를 포장하고 있다. AFP/Getty Images

 

 

 

사회의 긍정적 변화 선행이 유도한다
교육과 캠페인으로 이타성 함양 가능해

 

모르는 사람을 위해 친절을 베푸는 운동이 지구촌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평생 모은 재산을 학교에 기부한 어르신들, 해외봉사를 다녀왔다는 기업임원과 직원들, 재능을 기부한다는 전문직에 종사자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아무 대가 없이 거리에서 쓰레기를 줍거나 커피 한 잔을 건네는 사람들도 있다.


싱가포르에 사는 엘리사 엔지도 이런 사람들 중 하나다. 매주 거리에 나가 시민들이 버리는 쓰레기를 줍는다. 도시가 좀 더 깨끗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때론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 쓰레기를 줍게 하고 버리지 않도록 당부할 때도 있다.


그녀는 “한번은 화물트럭기사가 창밖으로 비닐봉지를 버리기에 쫓아간 적도 있다”며 “그 기사가 안절부절 못하며 미안해하더라”고 말했다.  


선행의 긍정적 영향


친절한 행동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서로에게 자상하고 친절하게 대한다면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생각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생각으로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기기 위한 선행 캠페인이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BBC 온라인 판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는 1997년 공식출범한 비영리 단체인 싱가포르 친절운동(Singapore Kindness Movement)을 통해 시민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예의바른 행동을 증진해나가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운동을 이끄는 윌리엄 완은 “친절한 행동은 긍정적인 사회규범을 만듭니다. 지금 사람들은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죠. 전에는 없었던 모습입니다”라고 말했다.


미 콜로라도州 덴버에도 이와 비슷한 단체가 있다. ‘뜻하지 않은 선행재단(Random Acts of Kindness Foundation)’은 1999년 여름 덴버에서 발생한 총격살인사건에 대한 충격과 반성에서 창설됐다. 그 당시 무차별 총격 희생자들에는 어린이들도 있었는데 생후 10개월밖에 안된 아기도 있었다. 


재단은 앤 허버트 작가의 명언을 빌어 사람들은 ‘친절을 습관화하고 무의식적으로 아름다운 행동을 실천’하고자 한다고 믿는다. 재단 책임자인 켈시 그린닉스는 이웃집 문 앞에 익명으로 음식바구니를 놓아두거나 커피가게에서 뒤에 선 사람에게 커피 값을 대신 내주는 선행을 권한다. 그는 “이런 선행은 단순히 행동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일상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생긴다”고 말한다.

 

가장 친절한 나라는 어디?


과연 세계 어느 나라에서 선행이 가장 많이 행해질까? 자선지원재단(Charities Aid Foundation, CAF)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에 따르면, 2012년에 가장 친절한 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였다. 오스트레일리아 인구 1/3이 매달 자원봉사활동에 참여 했고, 인구 2/3는 모르는 사람을 돕고 자선단체에 돈을 기부했다.

 

CAF 호주지사의 리사 그린햄은 “2011년에 퀸즐랜드와 빅토라아에서 홍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국가적 재난 시에 선행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자연재해를 고려한다 해도 가장 친절한 나라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을 터. CAF 회장인 존 로 박사는 “세계적 경제침체로 작년에만 선행 수백만 건이 줄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2011년 세계기부지수가 91위였던 것이 2012년에는 114위로 떨어졌다. 싱가포르 친절 운동가인 윌리암 완은 “주거비와 교통비가 동반상승하듯, 경제상황과 친절함이 함께 맞물려 가는 것이 아쉽다“고 토로한다.


미국의 경우, 2011년 세계기부지수 1위에서 2012년 5위로 떨어졌다. 선행을 증진하기 위해 학교에서는 배려와 친절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위스콘신 대학 리차드 J 데이비슨 박사는 “어려서부터 더 많은 감정이입이나 공감하는 법을 배운다면 선행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선행은 훈련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선행인가?


한편, 이런 인위적인 캠페인이나 교육프로그램이 오히려 부정적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시건 오클랜드 대학 바바라 오클리 교수는 그녀가 집필한 ‘병적 이타주의’라는 책에서 사람들은 친절함에 대한 강박적 집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집착은 선행이라는 이름으로 덮어 감춰져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타인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종종 자기만족을 위한 것일 수 있다”며 “다른 사람에게 필요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윌리암 완은 “현실적으로 친절운동이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친절운동이 몇 가지 문제만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을 왜 이용하지 않겠는가?”라며 반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