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사망·실종 6만명 넘어

국민일보

지난 2일 미얀마 서남부 곡창 지대를 강타한 사이클론 '나르기스'의 사망 및 실종자 수가 나흘 만에 6만3000명을 넘어섰다고 외신들이 6일 보도했다. 피해 규모가 2004년 인도양 쓰나미 때보다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 교민의 피해 상황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미얀마 국영 TV는 "이라와디 지방에서 2만1793명이 숨지고 4만695명이 실종됐다"며 "양곤 지방의 피해는 사망 671명, 실종 359명, 부상 670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양곤과 이라와디를 제외한 다른 3곳의 피해 상황은 집계되지 않았다.

기독교 구호단체 월드비전의 킨 민 고문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헬리콥터에서 내려다보니 시체가 넘치고 황폐화돼 쓰나미 때보다 상황이 심각했다"고 말했다.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나흘째 전기가 끓겼고, 거리에는 식수를 얻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늘어선 모습도 목격됐다.

피해 상황이 알려지면서 미얀마 군사정부의 부실한 대처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인도 기상청은 이날 "사이클론이 미얀마를 강타하기 48시간 전 미얀마 정부에 위험성을 경고했다"며 "주민대피 등 예방책을 마련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로라 부시 미국 영부인은 5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얀마 정부가 위협을 알고 있었음에도 경보를 발령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비난했다.

BBC 방송은 "피해 현장에 군인들이 나타나긴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서있기만 했다"는 한 지역주민의 말을 전했다. 미얀마에 머물고 있는 한 스웨덴 관리도 "정부가 재해 발생 10∼12시간 동안 아무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군정의 무능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외신들은 "미얀마 민주화 운동이 재점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새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를 둘러싸고 논란도 커지고 있다. 군정이 10일 투표를 강행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재난을 집권연장 기회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 헌법은 상·하 양원 의석의 25%를 군부에 할당하는 등의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

한편 인접국 방글라데시에서는 초대형 사이클론이 조만간 상륙한다는 기상청 예보가 나오면서 전국이 긴장 상태에 빠졌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