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파는 가게


한 여인이 꿈을 꾸었는데

시장에 가서 새로 문을 연 가게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가게 주인은 다름 아닌 '신' 이었다.


이 가게에서 무엇을 파느냐고 여인이 묻자 신은 대답했다.

"당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팝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여인은 한참 생각 끝에

인간이 바랄 수 있는 최고의 것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여인은 말했다.

"마음의 평화와 사랑과 지혜와 행복,

그리고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세요."


그러자 신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미안하지만 가게를 잘못 찾으신 것 같군요, 부인.

이 가게에선 열매는 팔지 않습니다.

오직 씨앗만을 팔지요."


/ 류시화 '씨뿌리는 사람의 씨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