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덕이 있어야 복을 오래 누려




글/청언(淸言)

주공(周公)은 주나라 문왕(文王)의 아들이자 무왕(武王)의 동생이다. 그는 주나라가 건립된 초기에 무왕과 성왕(成王)을 보좌해 덕으로 나라를 다스리면서 또 예악을 제정하고, 규장과 제도를 정해 공자의 깊은 존경을 받는 성인이다. 당시 성왕이 노나라 땅을 주공에게 봉했지만 주공은 왕을 보좌할 중대한 임무를 지녀 사양하고 받지 않았다(역주: 주나라 시대에 제후가 나라를 분봉 받으면 수도를 떠나 자신의 임지로 떠나야 했다. 하지만 주나라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성왕의 나이가 어려 주공이 정치를 주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떠날 수 없었다.) 그러자 성왕은 노나라 땅을 주공의 아들인 백금(伯禽)에게 주었다. 백금이 노나라 땅으로 떠날 때 주공은 의미심장하게 아들에게 말했다. 만에 하나라도 교만하거나 음탕하고 방종하지 말아야 하며 반드시 겸손한 덕이 있어야지만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고 긴 복을 누릴 거라고.

주공은 백금에게 이렇게 말했다. “떠나거라. 너는 노나라를 봉지로 받았다고 교만하여 사인(士人)들을 태만히 하거나 경시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문왕의 아들이고 무왕의 동생이며 현제 성왕의 숙부이다. 또 천자를 보좌할 중임(重任)을 겸했으니 내 지위가 천하에서 낮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한번 목욕하는데 중지하고 머리를 세 번이나 움켜쥐었고 한번 식사하는 데 세 번을 뱉어내면서 나아가 선비를 맞이했다. 이렇게 하면서도 혹 태만하여 천하의 사인을 잃을까 걱정했다. 내가 들으니 덕행(德行)이 큰 사람은 겸손하고 공경하는 태도를 취하기 때문에 영광을 얻을 수 있고, 넓은 토지를 지닌 부유한 사람은 욕망을 절제하고 검소함을 유지해 평안을 얻을 수 있으며, 지위가 높은 사람은 자신을 낮추는 태도를 지니면 더욱 존귀할 수 있다. 사람이 많고 군사가 강해도 두려움을 유지한다면 승리를 얻을 수 있다. 총명하고 지혜롭지만 우매(愚拙)함을 보존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고 널리 듣고 많이 알아도 스스로 겸허하면 식견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이 여섯 가지는 모두 겸허의 미덕이다. 군왕이 된 사람은 사해(四海)를 가진 부자지만 겸허하지 않으면 먼저 천하를 잃고 이후 자신을 망칠 수 있다. 하나라의 폭군 걸(桀)과 상나라의 폭군 주(纣)가 곧 이런 예이다. 그러니 네가 겸허하고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그러므로 《역》에서 말하길 ‘크게는 천하를 지킬 수 있고 중간에선 나라를 지킬 수 있으며 작게는 마음과 몸을 보존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이것이 바로 겸허이다’ ‘하늘의 도는 가득 찬 것을 덜고 겸허한 것을 이롭게 하며, 땅의 도는 가득 찬 것을 겸허한 곳으로 흐르게 하며, 귀신은 가득 찬 것을 해치고 겸허한 것에 복을 주며, 사람의 도리는 가득찬 것을 싫어하고 겸허함을 좋아한다.’ 그러니 너는 꼭 기억해야 한다! 네가 노나라에 봉해졌다고 하여 태만하거나 사람들을 경시하지 말아야한다!”

주공은 또 아들에게 훈계했다. “덕행이 있는 군자는 설사 힘이 소보다 강할지라도 소와 힘을 다투지 않으며, 말보다 빨리 달릴지라도 말과 빨리 달리는 것을 겨루지 않을 것이다. 지혜가 높은 선비는 남과 더불어 누구의 지혜가 높은지 따지지 않을 것이다.”

주공이 ‘겸덕(謙德)’을 말한 것에는 여러 가지 오묘한 곳이 있다. 가령 겸손하고 공경하게 사람을 대하면 더욱 남들의 존경을 받으며, 욕망을 절제하고 검소함을 알면 오랫동안 사람을 평안하게 할 수 있다. 겸손하고 자기를 낮추며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것이다. 교만하지 않고 방자하지 않는 사람은 늘 승리할 수 있다. 겸손하고 드러내지 않으면 수익이 더욱 많을 것이며 마음을 비우고 스스로 겸허하면 견식을 더욱 넓힐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이 사람간의 관계를 처리하고 수행을 학습하는 방면에 있어 이런 미덕을 많이 공부한다면 수익이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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