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이란 미래의 일을 알아보는 것이다(知來者 易)

보물550 주역천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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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사에서 易을 지은 주체는 동이족(東夷族)

중국학자 유절의 '중국고대종족이식사론'과 한국 유승국 교수의 '유학사상 형성의 연원적 탐구 - 인방문화와 관련하여 갑골문을 중심으로-' 등의 연구 성과에 의하면, 오늘의 중국문명은 고대 동이족이 세운 동북아 문명(白族에 의한 白文化)에 그 기원을 두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여기서 동이족이라 함은 지리적 혈연적으로 보아 우리 한민족의 직계 조상을 말하는 것이며, 문명의 핵심 내용은 역의 원리가 바탕을 이루고 있는 유학 사상을 일컫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인류 역사에서 역의 원리를 처음으로 밝힌 고대 성왕들은 오늘의 한민족과 혈통 및 문화 배경을 공유하고 있는 동이족으로서, 우리는 주역 속에 한민족의 과거 - 현재 - 미래를 일관하는 '역사의 섭리'가 내재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필자는 이에 대하여 "단군신화의 역철학적 해석"이라는 논문을 제4회 조선학국제학술토론회에서 발표한 바 있다. 1992. 8. 중국 북경대)

실로 주역이란 고대인들의 지혜와 신명이 농축된 미래에 대한 예견이며 삶의 지침으로서 필자는 그 속에서 한민족의 역사적 전개 방향에 대한 상징과 시사가 비장되어 있음을 온 몸으로 절감한다.

주역에서는 과연 한민족의 미래를 어떻게 예단하고 있는 것일까?


36번째 명이(明夷)卦 - 인류사에 등장하는 한민족의 사명

"明入地中 明夷"
(태양이 아직 땅속에 있으면서 장차 떠오르려는 모습이 명이괘의 상이다)

=> 이는 인류의 문명사에 한민족의 역사가 그 나름의 사명을 가지고 등장 하는 모습을 상징하는 것으로, 한국역사의 태동기에 그 주체적 소임을 맡은 箕子를 주역에서 직접 언명한 의미를 새겨들어야 한다.

"內難而能正其志 箕子以之"
(안으로는 아직 어둡지만 장차 능히 그 뜻을 바르게 펼칠 수 있게 될 것이니, 기자 성인께서는 명이괘의 원리를 받들어 그 소임을 다하신 것이다)

"君子以 衆用晦而明"
(이 때의 지도자는 모름지기 천하 백성을 그 어둠으로부터 밝은 문명세계로 향도하고 구제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 이는 한민족의 태초적 의지와 인류사회의 보편적 바램이 '문명적 이상세계'라는 공동지평에서 일치되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37번째 가인(家人)卦 - 한민족의 국가적 정체성 정립


"男女正 天地之大義也"
(남여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는 일은 그것이 곧 이 우주 안에 인류의 세계를 펼치고자 하신 하늘의 크신 뜻을 이루는 토대이다)

"父父子子兄兄弟弟 夫夫婦婦而家道正 正家而天下定矣"
(각자 자기 이름에 걸맞는 자리에서 제 할일을 하게 되면 가정이 바르게 되고, 가정이 바르게 서면 이로 인하여 천하의 인류세계도 제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 인격적 삶의 기본 단위인 가정의 윤리를 통하여 인류의 이상세계를 지향하는 유학의 기본 이념을 확인한 것으로, 괘의 순서를 명이괘 다음에 둠으로써 한민족의 자아정착 과정을 시사하고 있다.


38번째 규괘 - 남북 전쟁으로 인한 비극적 갈등

" ... 二女同居 其志不同行"
(남편은 하나인데 두 여자가 한집에 살고 있으니 그 뜻이 이루어지지 않고 서로 눈을 흘기며 반목하는 모습이 규괘이다)

" 孤 見豕負塗 載鬼一車"
(서로 눈흘기며 살자니 외롭고도 처량하다. 그러다가 서로를 '진흙을 뒤집어 쓴 돼지'로 보면서 싸우게 되고, 결국 수레 한가득 시체를 치우는 비극을 맞는구나)

=> 북한의 조작된 혁명이념과 남한의 천박한 물신주의는 모두가 '진흙 속의 돼지'처럼 그 본질을 감추고 있는 허상이며 우상들이다. 여기에 현혹된 남북의 용렬한 지도자들이 끝내 피비린내 나는 6.25 전쟁을 일으켜 산하를 시체의 원혼으로 가득 채우는구나. 38선으로 상징되는 비극적 현실을 주역의 38번째 규괘가 설명하고 있는 것을 단지 우연한 일치라고만 할 수 있을까?

"先張之弧 後說之弧 匪寇婚 "
(처음에는 서로를 죽이려고 활시위를 팽팽히 당겼으나, 머지않아 활을 내려 놓는다. 알고 보니 쏘아 죽일 적이 아니라 바로 나에게 시집오려는 약혼자일세)

=> 남북은 본질적으로 피를 나눈 동족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외래 사조에 눈이 멀어 서로에게 총질을 해댔지만, 결국은 남이 아닌 가족임을 깨닫게 되어 서로를 받아들이게 된다.

"往遇雨則 吉"
(가다가 비를 만나야 길하리라)

=> 남북이 서로를 받아들여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의 좋은 날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돼지의 진흙을 씻어내는 소낙비를 만나야 한다. 이념의 허상과 외래사조의 질곡에서 남과 북이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씻김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39번째 건(蹇)괘 - 분단에서 통일로 가는 험한 길

"蹇 難也 險在前也 見險而能止 知矣哉"
(남북이 갈라진 절름발이 신세로 살아가려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가? 구덩이가 앞에 있으니 무모하게 달려가는 게 능사가 아니다. 멈출 때는 멈추고 나설 때는 나서는 것이야말로 어려움 속에서 생존하는 지혜로다.)

=> 통일작업이 아무리 시급하다 해도 그 앞길에는 무수한 위험이 깔려 있으니 자칫하다가는 그 뜻을 이루기도 전에 함정에 빠져 죽을 수도 있다. 통일은 함께 해야 하는 것임에도 남북이 각자의 일방적 방식만을 고집하다가는 결국 절름발이 신세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利西南 往得中也 不利東北 其道窮也"
(분단 상태에서라도 서남쪽의 노력이 이로우니 이는 그 중도를 얻었기 때문이며, 동북쪽은 갈수록 불리해지니 이는 그 이치가 이미 궁색해졌기 때문이다)

=> 통일의 과업은 서남쪽의 이념과 방식(자유민주주의 이념과 제도)이 주도하게 되는데, 이는 '인간의 주체원리'를 근거로 삼기 때문이며, 따라서 동북쪽의 논리와 주장(공산 사회주의 신념과 현실)은 갈수록 불리해질 것이니, 이는 이미 그 이념적 소임과 역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君子以 反身脩德"
(통일을 준비하는 싯점에서 지도자가 해야할 일은 우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올바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반성. 점검하고, 잘못이 있으면 과감히 수정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할 수 있도록 스스로의 인품을 닦아야 한다)

=> 남북의 정권 담당자들은 기존의 습관적이고 상투적인 배타적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어느 일방이 상대에게 강요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남과 북이 공히 스스로의 역량과 노력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다.

"大蹇朋來 以中節也"
(절둑거리면서도 큰 뜻을 회피하지 않고 애써 나가다 보면 우리의 염원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고마운 벗을 만나게 되는 데, 이는 우리 한민족이 스스로의 주체성을 굳게 유지하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 세기적 전환점에서 우리가 주체성을 가지고 대처한다면 국제적 외교환경을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지만, 우리 민족의 인류사적 정체성을 바르게 자각하지 못하고, 주변국의 상황 변이에만 피상적으로 따르다 보면, 한민족은 자칫 강대국의 이념적 소모품이나 장식품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40번째 해(解)괘 - 갈등을 풀고 통일을 성취함

"動而免乎險 解" (애써 노력한 결과 다행히 위험을 벗어나 소원한 바를 이루니 이는 해괘의 원리가 구현된 것이다)

=> 주역에 규괘 건괘를 지나 해괘가 예비되어 있음은 한민족에게 커다란 위안과 희망이 아닐 수 없다. 남과 북이 숱한 갈등과 험로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드디어 한민족에게 통일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구나.

"利西南 往得衆也 其來復吉 乃得中也"
(서남이 이롭다 한 것은 자유 민주주의 이념이 인류보편의 바램과 다르지 않음이 확인됨으로써, 남북한 모든 인민의 지지를 얻어 통일을 성취하게 됨을 말함이며, 이로써 한민족은 본래자리-역사의 태동기에 지향했던 한민족의 하나된 본래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 민족통일의 주도권은 남한체제에 있으며, 자유 민주의 보편 가치만이 세계 인민과 한민족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雷雨作而百果草木皆甲坼"
(고대하던 비가 힘차게 내리니 온갖 초목이 일제히 싹터 나오는구나)

=> 통일의 성취와 더불어 한민족의 역사에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찾아오니, 허망한 이념의 잔재는 씻겨가고 민족의 새기운이 발양한다.

"君子以 赦過宥罪"
(통일의 성취를 위해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과거 우리의 선배들이 지은 허물과 과오를 사면하고, 그 죄를 오늘의 우리가 주체적으로 감당. 계승하여 회개하고, 나아가 서로를 위무하고 크게 반성하는 일이다)

=>진정한 화해와 통일의 도래는 남북의 지도자들이 공히 역사의 죄업을 자기의 몫으로 고백하고 서로 흔쾌히 용서하는 데에서 시작될 것이다.

한민족사에 있어서 통일은 반드시 찾아 올 것이지만 통일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사건은 북한 지도자들이 민족에 지은 죄 값에 대한 진실한 고해성사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죄를 짓고 물러간 공산 사회주의라는 허상을 도입한 북한의 반성과 회개 없이는 결코 통일의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다시금 큰 눈으로 주역의 숨은 뜻을 새겨보니 오늘날 한민족에게 인류의 역사 속에서 쌓여온 옳고 그름의 이념 갈등을 해결하라는 역사적 업보로 주어진 남북분단(이것은 우주적인 역사의 시비를 푸는 것이다)이라는 비극적 실상은, 세계인류가 겪어야 하는 갈등의 본질을 가장 극적으로 모형화시켜 놓은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때문에 인류의 장래를 가늠해 보려는 실험실의 표본처럼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민족이 이러한 인류사적 시선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세계 인민의 장래에 대한 긍정적인 실험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면, 이는 인류 공동의 숙제를 우리 민족이 주체적으로 해결해 냈다는 민족적 자부심으로 인정되고 또 인류사에 기록될 것이다.

역리에 비추어 볼 때 한민족에게는 인류사회가 성장기에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갈등구조를 모범적으로 해결해야할 문명사적 사명이 주어져 있다 할 수 있으니, 인류 문명의 시작과 함께 한 오천년의 장구한 역사계승이 그러하고, 냉전시대 분쟁의 첫 실험장으로 쓰였을 뿐 아니라, 마지막 해결장으로 남아있는 현실이 또한 그러하다.

무릇 천하의 만물은 그 씨가 뿌려진 곳에서 또한 열매를 거두게 되는 것이니, 인류문명이 싹튼 이곳 동방에서 끝내는 인류 역사의 성숙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동북방에서 반만년을 터잡고 살아온 동이 한민족에게 어찌 하늘의 숨은 뜻이 없을 것인가?


주역은 이에 대하여 "萬物出乎震...東方也...艮 東北之卦也...成言乎艮"(만물은 그 진괘에서 비롯되나니 이는 동방을 말함이며...간괘는 동북방을 일컫는 것으로 이 곳에서 만물은 모두 그 뜻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라고 단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