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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마음으로 | |
[대기원] 얼마 전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여학생이 일기장에 고민을 털어놓았다. 친구들이 자기와 놀아 주지 않고 따돌린다는 것이다. 새학년이 되면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 여학생들끼리 서로 따돌리며 상처를 주지 않는가 하는 것이었는데 비밀리에 마음을 털어놓을 정도면 마음의 상처가 깊다는 뜻이다. 일기를 읽는 순간 그 따돌리는 아이가 누구인지 짐작이 갔지만 그 일기장 말미에 이렇게 썼다. “너의 마음을 한 번 들여다 보렴. 네 마음속에 혹시 그 아이를 평소에 따돌리고 싶었던 적은 없었는지? 그렇지 않다면 평소에 네가 그 아이를 미운 아이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만약 둘 중에 하나라도 있으면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애는 거야. 그래도 그 아이가 너를 따돌리면 그때는 선생님이 도와 줄게.” 일주일이 지나도 그 아이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줄곧 두 아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따돌린 아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여전히 자기들끼리 무리를 지어다니며 즐겁게 생활하고 있었고, 따돌림을 당한 아이는 무리에 들어가지 못하고 혼자 배회하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서로가 마음을 다치지 않고 이 일을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잘 처리할 수 있을까 기회를 찾고 있었다. 마침 국어시간에 ‘시간여행’이라는 동시를 배울 때였다. ‘날 가만히 내버려 둬. 그냥 잠시 책상에 엎드려 있고 싶을 뿐이야.’라는 내용이 나온다. “여러분들은 혼자 조용히 책상에 엎드려 있고 싶을 때는 언제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는데 그 중에 친구들이 나와 놀아주지 않을 때라는 답이 나왔다. “여러분들 중에는 그런 사람들이 없겠지만, 여러분들은 친구를 따돌리고 싶은 마음을 가지면 그 마음이 상대방에게 전달이 된다는 것 알고 있나요?”하면서 나는 따돌린 아이에게 시선을 슬그머니 보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세 친구가 놀고 있었어. 그런데 한 친구가 다른 일을 하다가 그 아이들에게로 갔지. 가까이 가는데 기분이 상하기 시작하는 거야. 왠지 그 아이들 중에는 자신을 끼워주고 싶지 않은 아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함께 놀려고 간 아이는 재빨리 생각했어. ‘그래, 저 친구들이 열심히 놀고 있는데 내가 가면 방해가 될 거야. 다음에 놀자.’하고 돌아섰단다. 이런 것이 바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겠지? 그런데 놀고 있던 세 친구는 어땠을까? 그 중에 분명 이 친구가 다가갔을 때 싫었던 친구가 있었을 거야. 그 아이는 함께 놀려고 온 친구에게 커다란 ‘덕’을 한 덩이 ‘탁!’ 던져 준 거지. 마음을 숨긴다고 덮어질까? 절대 아니야. 함께 놀려고 다가간 친구의 기분이 상했던 것은 상대방의 그 싫은 마음이 자신에게 전달된 거야. 좋은 마음이든, 나쁜 마음이든 사람이 어떤 마음을 먹으면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건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거야. 나쁜 마음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반드시 살아가면서 갚아야 한다. 너희들 몰랐지? 너희들은 절대로 마음으로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된다. 알았지?”하며 수업을 끝냈다. 수업을 마치자 마자 세 명의 아이들이 따돌림을 당한 아이에게로 우르르 모여들었다. 모두들 활짝 웃으며 손을 잡고 복도에 모여 즐겁게 놀았다. 따돌림을 당했다고 생각했던 아이의 얼굴에도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며칠 뒤 일기를 쓴 아이에게 슬쩍 물었더니, “제가 선생님 말씀처럼 그 아이를 좋아하려고 마음을 먹으니 어느 날 그 아이들이 함께 놀아주었어요.”하며 좋아했다. 나도 덩달아 좋았다. 아이들을 깊이 이해하려는 나의 마음이 통해서였을까?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의 마음에 어른들을 기댈 수 있는 넓은 등을 만들어 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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