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 머리에만 베는 줄 아셨나요?
[조선일보 2007-08-08 10:44:59]

베개가 ‘잠잘 때 머리에 받치는 물건’이라고만 생각했다면 당신은 구세대. 베개만이라도 좋은 걸 베면 한여름 불면증이 사라질까 싶어 백화점 침구매장에 갔던 대학생 정인(24)씨는 깜짝 놀랐다. 옆으로 누워 자는 사람을 위한 ‘횡침 전용 베개’부터 ‘목 주름 방지 베개’, ‘손가락·발가락 베개’, ‘엉덩이 베개’까지 가지각색. 인터넷 쇼핑몰에 나와 있는 베개 종류와 디자인은 더 다양했다. 어떤 걸 고를까? 깜찍한 선물로도 그만이다.

목 주름, 어깨 결림 막아주는 베개… 현대판 ‘죽부인’도

대한수면의학회는 “베개의 높이는 목 뒤 근육 긴장도에 영향을 주므로 대단히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베개의 높이는 3~6㎝가 알맞지만, 옆으로 자는 사람은 똑바로 자는 사람보다 1~2㎝ 더 높은 베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실제로 목 주름과 어깨 결림은 베개의 높이에 큰 영향을 받는다. 베개가 너무 높거나 베갯속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자는 동안 목이 꺾여 주름이 생기기 쉽다. 최근 출시된 ‘목 주름 방지 베개’는 수면 중 목이 꺾이지 않도록 1~2㎝, 2~3㎝ 높이로 낮고 부드럽게 만들어졌다. 딱딱한 질감의 세라믹 소재로 만들어진 베개도 있는데, 긴장된 목 근육을 시원하게 풀어주므로 열 많은 남자들이 베면 좋다. 백화점과 인터넷 쇼핑몰에서 10만원대에 판매한다.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잘 때 똑바로 누워서 자는 사람보다 옆으로 누워서 자는 사람이 20% 정도 더 많다. ‘횡침(橫寢) 전용베개’(8만~15만원대)는 옆으로 누워서 자는 게 습관인 이들을 위해 나온 제품이다. 머리의 측면이 닿는 부분을 넓고 둥글게 제작한 게 특징. 어깨 결림이나 통증이 한결 줄어든다.

옆으로 누워 잘 때 죽부인처럼 뭔가 끌어안고 자야 잠이 오는 사람을 위해서는 ‘S’자 모양의 ‘바디 베개’(3만8000원)가 제격.

스트레스 받을 때 손가락, 발가락 베개는 어때요?

이제 스트레스 받으면 애꿎은 가슴을 치지 말고, 베개를 주무르는 것도 방법. 직장인들을 위한 작은 스트레소 해소용 베개들도 여럿 나왔다. ‘손가락 베개’(5만원대)는 아기 주먹처럼 생겼다. 손 안에 들어가는 크기의 작은 베개로, 잘게 분쇄된 메모리폼이 안에 들어가 있어 충격과 압력을 흡수한다. 열 받을 때 힘껏 주물러주면 운동도 되고, 스트레스도 풀린다. 하이힐 즐겨 신는 여성이라면 ‘발 마사지 베개’(3만~5만원)로 발의 피로를 풀어줘도 좋겠다. 밴드 모양으로 발에 끼우는 형태인데, 동글동글한 마 씨가 들어 있어 발바닥과 발등에 지압 효과를 준다. 그리 두껍지 않아 실내에서 슬리퍼와 함께 신어도 좋다. 네 개의 콩깍지가 매달린 모양의 ‘발가락 베개’(2만~5만원대)도 재미있다. 종일 눌려 있던 발가락 사이를 벌려주면서 시원하게 통기시켜주는 베개. 천연허브와 단단한 마 씨가 들어 있어 발가락 사이에 끼워 놓으면 마사지 효과가 난다. 무좀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 좋다.

푹신하고 부드러운 매트엔 낮은 베개가 좋아요

‘잠의 즐거움’의 저자 사토 도미오는 “이상적인 베개는 누웠을 때 목과 바닥 사이에 생기는 틈을 메워주면서 편안하고 자연스런 자세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웠을 때 빰과 턱을 잇는 선의 각도가 2~5도를 유지하는 게 가장 좋다는 설명이다. 어떤 매트나 요를 쓰느냐에 따라 골라야 하는 베개가 달라지기도 한다. 부드러운 소재의 매트를 사용한다면, 머리에 비해 등이 파묻히기 때문에 그만큼 베개도 낮은 것을 쓰는 것이 좋다.

롯데닷컴(www.lotte.com ), 삼성몰(www.samsungmall.co.kr ), 신세계몰(mall.shinsegae.com ) 등에선 ‘로프티(lofty)’나 ‘그림 같은 집’이 출시한 각종 기능성 베개를 판매한다. ‘레그 필로우’(www.memory4.co.kr ), ‘하이델’(www.hidel.co.kr) 같은 곳에선 다리 베개나 발가락 베개, 목 베개를 살 수 있다. ‘펀숍’(www.funshop.co.kr )이나 ‘텐바이텐’(10x10.co.kr )에서도 여행용 베개나 목 쿠션, 낮잠용 책상 베개를 판다.

의자에 깔고 앉는 ‘엉덩이 베개’… 잠깐 졸 땐 ‘U자형 목 베개’

하루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다 보면 허리가 아프기 마련. 허리의 통증을 줄여주는 베개들을 활용해보자. 반달 모양의 ‘엉덩이 베개’(6만~7만원)는 방석처럼 깔고 앉으면, 허리를 꼿꼿이 펼 수 있게 도와준다. 분쇄된 메모리폼이 들어 있어 편안하다. 잠깐 휴게실에 가서 누울 시간이 있다면 ‘허리 베개’(4만~5만원대)를 들고 간다. 한쪽 부분이 둥근 언덕처럼 돼 있어 누워 있거나 앉아 있을 때 허리의 빈 공간에 받쳐 놓으면 S형 허리를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등 허리 베개’(4만원대)도 있다. 벨트처럼 생겨 허리에 끼우고 앉으면 베갯속 메모리폼이 체압을 흡수해 척추의 피로를 푸는데 도움을 준다. 요즘엔 ‘U자형 목 베개’(1만~3만원)를 벤 사람들을 비행기뿐 아니라 사무실에서도 종종 발견한다. 휴가철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 자동차나 비행기 안에서 쓰기 좋고, 근무 중 의자 위에서 잠깐 눈을 붙일 때 어깨에 걸쳐 놓으면 목의 흔들림과 움직임을 방지해줘 편안하다.

◆베개에 관한 편견 혹은 진실

‘딱딱한 베개를 쓰는 게 좋다’ ‘코 고는 사람은 높은 베개를 베면 안 된다’…. 베개를 둘러싼 속설도 다양하다. 잠자는 모양만큼이나 다양한 베개에 대한 속설의 허와 실.

코 고는 사람은 높은 베개를 베면 안 된다? 그렇다. 베개가 너무 높으면 잠을 자는 동안 목이 꺾인다. 이때 숨이 드나드는 기도도 함께 좁아져 코를 골게 된다. 메밀 베개처럼 속이 잘 움직이는 베개를 베도 마찬가지다. 베개 속이 쉽게 한쪽으로 쏠리다 보니, 목이 꺾여 코를 골기 쉽다.

낮은 베개가 무조건 좋을까? 아니다. 각자 몸에 맞는 베개를 골라야 한다. 편안하게 선 자세로 뒷목과 어깨가 십자로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볼록 튀어나온 뼈 마디(7번 경추)에 손바닥을 평평하게 갖다 댄다. 자로 손바닥과 목 사이의 거리를 잰다. 이때 자로 잰 길이가 자신에게 알맞은 베개의 높이가 된다.

베개는 딱딱할수록 좋다? 아니다. 베개가 너무 딱딱하거나 너무 푹신하면 잠을 쉽게 이룰 수 없다. 뒤척이지 않도록 자세를 고정시켜 주는 적당gl 단단한 베개를 골라야 한다. 단, 베개 커버는 부드럽고 쾌적한 것을 고르는 게 좋다. 콩 섬유 같은 천연 재료로 만든 커버도 좋다.

베개를 안 베면 아침에 얼굴이 붓는다? 그렇다. 베개를 베지 않거나 너무 낮게 베면 심장이 얼굴보다 위쪽에 위치하게 되고, 이 경우 피가 머리로 몰려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얼굴이 붓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