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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박영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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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원]여덟 노인이 문객으로 찾아오다
어느 날 이른 새벽녘에 노인 여덟 명이 회남왕부에 자진해서 찾아와 대문을 두드리면서 회남왕 유안을 만나겠다고 한다. 문지기가 그들 여덟 명 노인들의 면모를 한 사람씩 살펴보니 다들 늙어서 뼈만 앙상하고 수염과 눈썹이 새하얗게 쇠었다. 문지기는 이런 쓸모없는 늙은이들이 찾아와 귀찮게 한다는 듯한 불만의 표정을 지었다.
문지기는 주인인 회남왕께서 아직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리고는 여덟 노인들을 문간방 응접실에 잠시 앉아 있도록 하였다. 문지기는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 몰래 회남왕 유안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이 일을 다 듣고 난 유안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문지기에게 “네가 나를 대신해서 여덟 분 노인들과 이야기를 한 번 나누어 보고 그들의 반응을 살펴본 후, 다시 와서 보고하라”고 하였다. 그래서 문지기는 여덟 명 노인(팔공:八公)이 앉아 있는 응접실로 돌아와 일부러 친한 것처럼 하면서 말을 건냈다.
장생불로 술을 우선적으로 구하다
“여러 어르신들께서는 일찍이 우리 회남왕을 만나 보신 적이 있습니까?” 팔공이 “아직까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하였다. 문지기가 “우리 회남왕께서 한결같이 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팔공이 “모른다”고 답변하였다.
그 말에 문지기는 다소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군요. 우리 회남왕께서는 가장 먼저 장생불로(長生不老)의 도를 구합니다. 그 다음으로 박학다식하고 유학의 깊고 오묘한 이치에 통달한 큰 선비를 구하며, 마지막으로 세발 달린 큰 솥을 들어 올릴 만큼 힘이 세고 용력이 남달라 호랑이와 표범을 대적할 만한 천하장사를 구합니다.
제가 보건대 이곳에 계시는 선생님들께서는 이미 연로하시고, 늙음을 되돌려 젊어지는(返老還童) 비결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으며, 또한 용맹한 장수처럼 뛰어난 무술과 괴력을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상고시대의 삼황오제에 관한 옛 전적들을 깊이 연구하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문지기인 제가 안으로 들어가 설사 손님이 온 것을 알려도, 우리 회남왕께서는 선생들을 만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였다.
외모만 보고 문전박대를 해서야…
팔공이 문지기의 장광설을 다 듣고 난 후 빙그레 웃으면서 한마디 던졌다.
“우리들은 회남왕이 겸손하면서도 정성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어진 사람을 목마른 듯 사모하고, 한 가지 재주만 있어도 찾아와 몸을 의탁할 수 있다고 했다. 옛날 사람들은 이미 죽은 말의 뼈를 사들여서 천리마를 구한다고 하였다. 우리들이 비록 나이가 많아 기운이 쇠약하고 재주가 못 미치고 배운 학문이 얕아 회남왕의 요구에 부합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우리들은 성심성의를 다해 천리를 멀다하지 않고 찾아왔다.
설사 회남왕에게 유익한 점이 없다 하더라도 해로운 점도 없을 것이다! 우리들이 늙었다고 해서 문전박대 당할 수야 없지 않겠는가? 만약 회남왕이 나이가 젊으면 곧 도(道)가 있고, 나이가 많은 연로한 사람은 도가 없어 우매하다고 하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돌을 파헤쳐 옥을 캐내는 도리를 알지 못할까 두려울 뿐이다! 다시 말해서 늙은 우리들이 나이가 젊은 어린아이로 변하고자 하면 그것이 무슨 어려운 일이겠는가?” 하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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