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仙所傳(27) 하상공(河上公) (1)

ⓒ 삽화/박영철
성씨도 이름도 없이, 황하 강변에 살던 사람

한 문제(漢文帝 : BC180-BC157)가 황제로 있을 때 일이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있었다. 난해한 도덕경의 미묘한 뜻을 능히 해석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이 원근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사람은 황하(黃河) 물가에서 풀로 엮어 만든 작은 모옥(茅屋) 속에 살고 있었다. 그 사람이 어느 곳에서 왔는지, 그 사람의 성씨가 무엇인지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 사람을 '황하 가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에다 존칭인 공(公)을 붙여 '하상공'(河上公)이라고 불렀다.

황제의 부름을 물리치다

한나라 초기에는 사회적으로 도가인 '황노지학'(黃老之學)이 널리 숭상되던 시기였다.
한문제는 신하들에게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을 공부하도록 널리 권장하였다. 그러나 도덕경 중에는 해석하기 난해한 미묘한 문장들이 많아 하상공을 제외하고는 당시 사람들 중에 이를 능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문제는 사신을 파견해서 하상공에게 가르침을 청하였다. 황제의 이러한 요청에 대해 하상공은 뜻밖에 오만불손하게도 사신에게 "노자 도덕경은 지고무상한 학문이다. 나에게 가르침을 구하려고 하거든 응당 황제가 친히 오도록 하라." 한다.

문제는 사신이 돌아와서 하는 보고를 듣고 몸소 하상공을 찾아갔다. 문제는 하상공을 만나서 "무릇 천하의 토지는 모두 제왕의 토지가 아님이 없고, 천하의 사람들은 모두 제왕의 신하와 백성이 아닌 자가 없다. 그런데 너는 황제인 나를 이렇게 하찮게 대우하고 있다. 너는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잘난 체 하는구나!"한다.

책상다리하여 공중으로 솟아오르다

하상공은 황제의 이 말을 다 듣고 난 후, 빙그레 미소를 지으면서 보라는 듯이 두 손바닥으로 몇 번 손뼉을 친다. 그리고 땅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채로 천천히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마침내 땅으로부터 2미터 정도 솟아올라 멈추고는 공중에서 황제인 문제를 굽어보면서 "나는 지금 위로는 하늘에 접촉하지 않았고, 밑으로는 땅에 닿지 않았다. 어찌 당신의 신민이라 할 수 있는가?"한다.

문제는 공중에서 책상다리하고 앉아있는 하상공을 올려다보면서 서둘러 수레에서 내려와 엎드려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면서 "나는 황제이지만 국가를 위해 세운 특별한 공덕이 없습니다. 다만 돌아가신 황제의 아들로 태어나 황제 자리를 이어 받았을 뿐입니다. 내 자신은 재주가 부족하고 배움이 얕아서 한 국가의 주인으로서의 중책을 맡기조차 어렵습니다.

설사 현실이 이러하더라도 내가 국가를 다스리는 와중에서 여전히 마음속으로는 도술(道術)을 흠모합니다. 그래서 도덕경(道德經)을 애독하고 있습니다. 다만 재주와 지식이 모자라서 읽어도 많은 곳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원하옵건데 도인께서는 가르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한다.

이 말을 들은 하상공은 한문제에게 비단으로 엮은 두 권의 책을 전해주면서 덧붙여 한마디 한다. "당신이 다만 마음을 정심히 하고 연구하는 자세로 이 두 권의 주해서를 읽는다면 도덕경의 모든 의문점들이 풀릴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당신은 내 도움이 필요 없을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김일륜 기자

'신비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능력 ‘블루 아동’  (0) 2007.06.26
“卍” 자의 역사 속 발자취  (1) 2007.06.26
우주산책2  (0) 2007.06.26
3초 앞선 예측  (0) 2007.06.26
계절별 밤하늘의 별자리  (0) 2007.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