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TV신호 중단 사태 속출

화면 사라지고 ‘중공 반대’ 메세지 나타나

등록일: 2007년 05월 08일

▲ 지난 3월 17일 중국에서 발생한 TV방송 중단 사건의 한 장면.
[대기원] 중국 노동절 연휴의 시작일인 지난 1일 밤, 광둥성 심천시, 베이징시, 허난성 일부 등에서 위성TV 화면이 약 1시간 중단되고 대신 ‘공산당 살인당’ 등 반중국공산당 슬로건이 1분 가까이 나타났다. 사건 다음날 아침, 중국의 주요 10여개 언론사가 이번 사건을 일제히 다루고 ‘해커의 공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지만, 전파 방해의 내용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밤부터 이 사건에 관한 보도는 각 언론사의 인터넷상에서 사라지고 당국은 이 사건에 대해 보도를 금지했다.

이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광둥성 ‘난방도시보(南方都市報)’에 의하면 지난 1일 오후 8시부터 9시30분 사이, 지방 채널 이외의 대부분의 위성 채널에서 갑자기 화면이 바뀌면서 30초 이상의 ‘반정부’ 슬로건 화면이 나타났다고 한다. 광둥성 TV방송국은 항의 전화에 대해 위성이 해커의 공격을 받았다며,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사건 다음날 중국의 주요 언론 42사가 이 사건을 보도했지만 이틀 후에는 남방도시보를 비롯해 주요 언론사의 사이트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보도가 삭제됐다고 AFP는 밝혔다.

본보 기자는 사건 발생 후, 광둥성 케이블 TV데이터 업무부에 전화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현재 상황에 대해 ‘위성신호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외부의 위성채널신호를 지방채널로 전환했다’고 답하면서 ‘일부 조직이 꾸민 행위일지도 모르지만, 신속하게 대응했기 때문에 신호중단 시간은 길지 않다’고 덧붙였다. 위성방해 후 화면에 나타난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는 답할 수 없다. 관련문제는 이미 공안부에 처리를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이후 광저우시 공안국에 전화했지만 ‘국가기밀이라 밝힐 수 없다’는 답을 들었고, 이에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공안국의 선전과로 연결되었지만 ‘이미 보도금지라고 지시하지 않았는가’라는 입장을 확인해야만 했다.

중국대륙의 인터넷 게시판과 독자들의 제보에 의하면, 광둥성 외에 베이징, 상하이, 스촨성, 난징, 우한 등 광범위한 지역에 같은 전파 방해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대만 중앙사의 보도에 의하면 광둥성의 시청자가 본 ‘반정부’ 슬로건의 내용은 ‘중공(중국공산당) 타도’, ‘일당독재를 반대한다’ 등이다. 신당인 방송국은 허난성의 시청자 제보를 빌어, 새벽 1시30분 경 베이징 위성방송국에서 ‘공산당 살인당, 공산당 사교(邪敎)당’ 등의 슬로건이 1분 이상 방영되었다고 보도했다.

시안(西安)시 거주하는 산시(陝西)성 방송국의 기자 마샤오밍(馬曉明)씨는 중공당국의 독재정치 하에서 정보가 폐쇄되어 사회 안전이 지켜지지 않고 인권보장이 없는 중국사회에서 이 같은 전파 방해는 박해에 저항하는 평화적인 행위이며 대중에게 진실을 전하고, 정보폐쇄를 돌파하는 정당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근래 중국대륙에서 반체재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파 방해 사건이 종종 발생했지만,’파룬궁 및 해외 반중공 세력에 의한 파괴행위’라고 공격하던 중공 당국의 종전의 입장과는 달리, 이번 사건에 대해서 당국은 보도를 자제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 당국은 이번 사건으로 중국 공산당 관련조직을 탈당하는 흐름이 중국대륙 전체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2004년 12월, 일부 해외 중국인이 인터넷상에서 중국공산당 관련 조직을 탈퇴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중공 탈당 사이트’가 출범했다. 이후 이 사이트에서 중국공산당 관련조직 탈퇴 성명을 발표한 사람은 이미 2140만 명을 넘어섰고, 중국 대륙과 해외의 중국인 사회에서도 공산당 탈당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중국대륙에서 성명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익명에서 실명으로 성명을 발표하는 사람들도 다수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중공 당국은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