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사이팅 홍콩
    •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 입구에 서 있는 휴대전화 선전 광고판.
    • 퀴즈 하나. ‘100만달러짜리 호화 야경(夜景)’을 자랑하는 홍콩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광고판은? 퀴즈 둘. 아시아 최고 부자인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그룹 회장이 늘 애용하고 있는 휴대전화는? 세 번째. 홍콩에서 가장 비싸고 인기 있는 인삼 제품은?

      이 세 가지 물음의 정답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홍콩에서 활약하는 한국 기업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이다. 첫 번째는 삼성전자가 2005년 9월 홍콩섬 완짜이(灣仔)의 한 빌딩에 설치한 가로 115m, 높이 10m짜리 대형 전광판이다. 홍콩에 있는 수많은 옥외 광고판 가운데 가장 크다. 홍콩섬과 카우룽(九龍)을 오가는 스타페리 안에서 홍콩섬 쪽 야경을 바라볼 때, 일곱 가지 무지개 색깔로 바뀌는 ‘SAMSUNG’이라는 7개 알파벳 글자는 단연 압권이다.

      홍콩에서 ‘상신(商神)’으로 불리는 리카싱 회장의 손과 주머니를 항상 차지하고 있는 휴대전화는 다름아닌 LG전자 홍콩법인 제품이다. 리 회장은 지금까지 쓰던 LG의 U880모델 대신 시가 3600홍콩달러(약 44만원)짜리의 3G 최신형 모델인 LG샤인폰(shine phone)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홍콩에서 가장 호평받는 제품은 바로 한국인삼공사가 시판하고 있는 ‘천삼(天蔘)’ 시리즈이다. 박찬일 인삼공사 홍콩법인장은 “10개들이 천삼 한 근(600g)의 가격이 최고 2만1660홍콩달러(약 260만원)를 호가하지만, 중국과 홍콩 부자들이 앞다퉈 사가는 최고 인기 품목”이라고 자랑한다. 한국산 인삼은 홍콩 전체에서 수량 기준 점유율은 7.4%에 불과해도, 판매 금액 기준 점유율은 23%에 이른다. ‘양’보다 ‘질’에 집중하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홍콩의 고급 인삼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것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LG와 삼성전자가 이끄는 가전 한류(韓流) 열풍. 이들은 소니 등 일본 브랜드의 ‘아성’마저 허물고 있다. 삼성전자가 홍콩 최고급 호텔인 페닌슐라호텔 공략에 성공한 게 대표적이다. 페닌슐라호텔이 20년 이상 사용해 오던 소니 TV를 버리고 객실에 삼성 LCD와 PDP TV 420대를 설치한 것이다.

      홍콩 최대 은행인 HSBC는 카드 고객들의 요청으로 8000세트의 삼성 LCD TV를 고객 경품용으로 주문했다. 홍콩의 관문인 첵랍콕공항도 최근 승객 대기실 등에 40인치 삼성 LCD TV 700대를 설치했다. 삼성전자의 LCD TV는 소니와 홍콩 1위 자리를 놓고 접전을 벌이고 있다.

      2005년 7월 현지법인을 출범한 LG전자도 급성장하고 있다. 1년 만에 브랜드 인지도가 3.5%에서 9%대로 껑충 뛰어 올라 지난해 홍콩주재 네덜란드 상공회의소(DBA)로부터 ‘최우수 마케팅 기업’으로 선정됐다. LG전자는 최근 1년 만에 LCD TV 점유율은 1%에서 6%로, 플라즈마 TV는 4%에서 11%로 각각 상승했다.

      휴대전화에서도 삼성과 LG전자는 각각 점유율 10%와 5%로 노키아, 소니에릭슨, 모토로라와 함께 ‘톱5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에서 한창 인기몰이를 하는 한국 자동차들은 홍콩에서 별 힘을 못 쓰고 있다. 인구당 롤스로이스와 벤츠 자동차 보유 비율이 가장 높은 특수한 시장 구조 탓인지, 홍콩에서 한국 브랜드를 붙인 승용차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홍콩은 전 세계 기업이 최신 기술로 최신 제품을 내놓는 ‘테스트 시장’이자 중국부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윈도 마켓’이다. 이런 글로벌 기업 전쟁터에서 우리 기업의 승전보가 더 자주, 더 크게 울려 퍼지길 소망한다.

      홍콩=송의달 조선일보 특파원(eds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