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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풍경을 바꿔놓는다. |
지리산 남동쪽, 산줄기들에 에워 싸인 거대한 함지박 같은 구례군 산동면 상위마을을 가기 위해 이른아침 구례구역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봄바람을 눈으로 느낄 수 있을까? 차창 밖으로 기대에 찬 고개를 돌리지만 아직은 조금 이른 탓인지 나무들은 거의 겨울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실망은 잠시 뿐, 남녘으로 내려 갈수록 앳된 봄의 모습이 시야에 펼쳐졌다.봄이 주는 황홀경에 빠지기를 여러 차례, 섬진강 너른 품에 안겨 달려 드디어 구례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온통 노란빛 투성이인 마을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기자는 낯익은 봄빛과도 조우한다. 알싸한 봄빛의 향기가 스민다. 산수유 마을은 지리산 온천 랜드에서 도보로 40여분 정도 걸리는데 양옆에 핀 산수유꽃을 감상하면서걷는다면 그 시간이 그리 지루하지만은 않을 듯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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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비단 보자기로 뒤덮힌 산수유 마을은 온통 봄날중국 산동에서 시집 온 처녀가 산수유나무를 가져다 심으면서 불려졌다는 산동은 국내 최대의 산수유단지로 전국 생산량의 절반이 넘는 산수유를 생산해내는데 위안리 상위, 하위마을은 그 중심거점이다.특히나 산수유마을이라 불리는 상위마을은 마을 뒤편에는 눈덮인 지리산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있고 마을 오른편에는 작은 계곡이 잔잔히 흘러 경치가 매우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
산수유 마을로 가는 입구부터 벌써 마을 전체가 노란 비단 보자기를 씌워놓은 것 같은 이색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꽃에 취해 걷기를 40여분, 드디어 산수유 마을에 도착했다. 산수유 마을은 마을 골목길마다, 눈석임물이 모여 흐르는 냇가를 따라서도, 눈을 돌리는 그 어느곳에서도 산수유꽃 가지가 흐드러져 펴 있다. 길을 따라 산수유가 노랗게 물들어가며 산수유꽃 속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노란 미소를 머금고 있는 듯 하다.노란 물결 넘실넘실, 봄의 황홀경에 빠지다.산동면 위안리는 한국전쟁 당시에 민족사의 비극을 고스란히 겪어낸 마을로 아물지 않은 비극의 상흔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원래 전쟁 전까지는 100가구 정도가 살았으나 여순사건 이후로는 남자들대부분이 목숨을 잃는 아픔을 겪은 뒤 현재는 20가구 정도만 남았다고 한다. |
잘 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 간다열아홉 꽃봉오리 피어보지 못한 채로 까마귀 우는 골을 멍든 다리 절며 절며 달비버리 풀어얹고 원한의 넋이 되어 노고단 골짝에서이름 없이 스러졌네여순사건 때 산동의 19살 처녀가 국군에 끌려가며 불렀다는‘산동애가’가 참으로 구슬프게 들린다.이상스레 산수유꽃은 서럽게 피었다는 말이 잘 어울린다. 어찌보면 그 노란빛은 우리에게 가난했던 어린시절을, 아물지 않은 상처를 어루만지는 듯 마을을 감싸고 있다.골짜기를 따라 오르면 계곡 좌우로 무성하게 자란 산수유 가지들이 노란 물감을 풀어 놓으면서 사방을뒤덮어버린다. 여기에 아이들 키높이 정도의 S자형 돌담길 따라 피어난 산수유는 봄을 맞는 열여덟 처녀의 두근거리는 가슴처럼 수줍은 듯 살짝 미소만 짓는다. 마치 동화 속에 작은 마을을 찾아들어간 기분이 절로 든다. 설레임으로 가득한 봄날, 온통 노란 꽃구름 속에 파묻힌 별천지를 찾아보자. 꽃 그늘 아래 누워서 단잠도 청해보고,시간이 허락된다면 민박을 잡고 달빛에 젖은 산수유꽃의 매력에 취해보는건 어떨까?<여행 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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