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제주도는 국내 지자체 중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작년 서울에 880만 명이 다녀갔고 제주도에는 700만 명의 관광객이 거쳐 갔다. 그러나 서울시 관광객 수가 아직 인구(1000만 명)에 못 미친다면, 제주도는 인구(60만 명)보다 11배 많은 수가 관광객으로 찾은 셈이다. 면적 1820㎢. 서울시의 3배 크기인 한국에서 가장 큰 섬 제주도의 상징성은 ‘한국관광 1번지’다. 그런 제주도가 조만간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 중 하나로 세계인에게 각인될지 모른다. 11월 11일 세계인 참여 투표로 결정되는 ‘세계7대 자연경관(New7Wonders of Nature)’ 최종 후보지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용암이 분출해 형성된 성산일출봉(182m) 뒤로 성산읍이 눈에 들어온다. 제주도 동쪽 끝에 위치한 성산일출봉은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일출 명소다.

‘세계7대 자연경관’이 된다는 의미


‘세계7대 자연경관’은 2007년 중국의 만리장성과 브라질 예수상 등 ‘新세계7대 불가사의’를 뽑은 스위스의 ‘뉴세븐원더스(New7Wonders)’ 재단이 추진하는 이벤트다. 과거 1억 명이 참가한 투표로 세계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7대 장소를 선정한 재단은 이번엔 가장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뽑아보자며 후보지를 모았다. 2007년 7월 시작 당시 450여 곳이던 후보지는 2009년 9월 최종 결선 때 28곳으로 추려졌다. 제주도를 포함한 후보지들은 ‘세계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기 위해 세계인의 한 표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일부에서는 이 재단이 유네스코의 공인된 단체가 아니라 개인이 운영한다는 점 때문에 선정주체 자격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추진 중인 범국민추진위원회는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이벤트는 이벤트이지 국제기구로부터 자격증을 받는 것이 아니다”고 밝히며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선을 그었다. 전 세계 사람들의 한 표 한 표가 제주도로 향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제주도 자연경관의 가치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제주도,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


제주도는 사실 세계가 나서서 지킬만한 유산으로 이미 ‘공인’된 지역이다.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가 선정한 자연과학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3관왕에 올랐다.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에 이어 2007년 화산섬과 용암동굴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고, 2010년에는 제주도 전역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았다.


그러나 이번 세계7대 자연경관 행사가 있기 전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일반에 관심을 받으며 세계적인 여행지로 각광받는 것은 안동 하회마을이나 창덕궁, 석굴암 같은 UNESCO 세계문화유산이다. 희귀동물이나 지질학적 특징을 보는 UNESCO 자연과학분야는 일반인보다 과학자의 관심사일 수 있다.

제주도, 다른 후보지와 뭐가 다를까


그렇다면 전 세계인들이 표를 던질만한 제주도 자연경관의 특징은 무엇일까. 서울 사람들에게 제주도의 매력을 물으면 ‘이국적인 풍경’이라고들 한다. 대표적인 경관은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유채꽃밭 등이다. 그런데, 제주도 사람에게 제주도의 특징을 물으면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그들이 고민 끝에 하는 말은 이것이다. “제주도에는 여러 가지 경관이 모여 있는 것 같아요. 가령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을 가면 한 가지 경관만 보잖아요. 그런데 제주도에는 여러 가지 경관이 모여 있어요. 산, 바다, 폭포, 절벽, 도시까지. 제주 사람들이 다른 휴양지로 여행을 가면 별다른 것을 못 느끼는 게 그런 이유죠.”


이번 행사에서 2007년 예비심사 당시 기준은 섬, 국립공원, 화산, 폭포, 해변, 숲, 동굴 등 7개 주제였고, 제주도는 이 중 섬에 포함됐다. 제주도는 제주도민의 말처럼 여러 경관이 한꺼번에 모여 있다. 제주도 자체가 화산섬이고 한라산국립공원과 비취색 해변이 있으며 원시림과 용암동굴, 정방폭포 등 7개 주제를 모두 가졌다. 다른 후보지 중 갈라파고스나 몰디브 등 섬 지역과도 구별되는 점이다.

제주의 풍경, 사람을 끄는 매력


현재 최종 경합을 벌이는 28개 후보지를 보면 우리에게도 이름이 알려진 브라질 아마존, 이탈리아 베수비오 화산, 미국 그랜드 캐니언, 이스라엘·요르단 사해, 아르헨티나 이구아수폭포 등 세계적인 자연유산이 즐비해있다. 그렇지만 그 풍경은 제주도와 어딘지 차이가 있다.


나머지 27개 후보들은 사람이 살지 않거나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말 그대로 자연유산이다. 그러나 제주도는 60만 명 가까운 사람이 살며 문명을 발달시켰다.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장-폴 드 라프엔테(Jean-Paul De La Fuente) 이사는 지난해 3월 제주도에 와서는 “삶과 조화를 이루고 성산일출봉, 만장굴, 돌담 등이 있는 제주의 자연경관은 매우 인상적이다”고 감탄했다. 제주도는 원시적인 자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의 자연경관이 매력적인 것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자연의 합작품


(위부터) 작은 기생화산인 오름들, 성산일출봉 뒷편의 들꽃과 풀 뜯는 소. 맨아래 사진은 서귀포 용머리해안 부근에 있는 산방산과 유채꽃, 초가가 어우러진 모습.

제주도는 예로부터 돌, 바람, 여자가 많다 해서 ‘삼다도(三多島)’로 불렸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풍광 중 하나인 노란 유채꽃밭은 바람을 막기 위해 쌓은 돌담과 어울려 제주 특유의 경관이 됐다. 바람에 지붕이 날아갈까 억새풀로 엮은 초가지붕도 이 지역의 전통가옥이다. 용암이 식어서 생긴 현무암과 거센 바닷바람이 제주의 풍경을 만든 셈이다.


화산섬인 제주도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주변에 360여 개에 이르는 작은 화산 ‘오름’이 솟아 있다. 오름은 제주 사람들에게 목장이자 묘지로 쓰였다. 지금도 오름의 편평한 분화구나 오름 주변에는 소가 풀을 뜯는 한가로운 정경을 볼 수 있다.


바다의 풍경은 해녀와는 따로 떼어놓고 얘기할 수 없다. 고무 잠수복을 입고 망사리를 짊어진 해녀(海女;潛女)는 타지인에게는 이국적인 풍경이자 제주 사람의 상징이다. 해녀는 어머니를 따라 어려서부터 잠수법을 배우고, 성인이 되면 수심 5~15m 바다 밑에서 숨을 참으며 해삼과 전복을 캔다. 아침을 먹기도 전에 물질(조업)부터 하고, 한겨울에도 고무 잠수복 안에 옷을 껴입고 물에 들어가는 ‘철의 여성’이다. 해녀가 푸른 바다 한가운데서 물질을 하며 일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제주바다와 인간의 합작품으로 외국인들에게는 신비로운 풍경이다.

여전히 원시적인 자연경관


(위) 봄이면 어김 없이 철쭉이 만발하는 한라산. (아래) 먹이를 찾아 무리지어 다니는 노루는 한라산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제주도는 2개의 큰 도시로 이뤄져 있지만 원시적인 자연경관이 유지된다는 점이 제주도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많은 곳이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다. 화산이 바다 한가운데서 폭발해 생긴 ‘성산일출봉’은 섬 동쪽 끝에 있어서 일출 명소다. 반경 1.5km가량인 원형 분화구는 초원이 펼쳐진 원형경기장을 방불케 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폭포수가 바다로 떨어지는 ‘정방폭포’, 용암이 바다에서 급히 식어 병풍처럼 결이 생긴 ‘주상절리’도 대표적인 관광지다.


한라산은 제주도의 중심이다. 제주도 전체가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다 바다와 만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은 경관의 다양성으로도 최고다. 정상부는 가파르고 중간부는 완만해서 초원도 있고 봉우리도 있다. 고도 200~600m 부분을 중산간이라고 하는데 여기선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볼 곳이 많은 제주도는 2006년부터 도보여행을 즐기는 이들을 위해 ‘올레길’ 코스가 생겼다.


‘올레’는 현무암으로 쌓은 좁은 돌담길을 가리킨 제주도 방언에서 따왔다. 총 18개 코스로, 해안 비경부터 중산간까지 혹은 제주도 주변의 작은 섬을 발로 느끼는 체험이다. 지난해 82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이 길을 걸으며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체험했다.

지금 투표 상황은?


‘뉴세븐원더스’ 홈페이지에는 세계7대 자연경관 최종 후보지 28곳에 대한 투표 순위가 실시간 공개된다. 4월 25일 현재 제주도는 1위를 달리고 있다. 1위부터 7위에는 제주도를 비롯, 베트남 하롱베이, 브라질 아마존, 오스트레일리아 그레이트베리어리프, 몰디브 몰디브섬, 대만 위산, 아르헨티나 이구아수폭포 등이 랭크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