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KIAF) 오픈 전 매진 진기록 서양화가 이수동


서양화가 이수동(48)씨의 일산 작업실을 찾아간 날, 그는 알록달록 색실을 코바늘로 떠서 만든 덧신을 책상 한편에 차곡차곡 포개어놓은 채 편지를 쓰고 있었다.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 때 제 그림 사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 드리려고요. 어머니가 직접 뜨신 건데 좋아들 하실까요?”

그는 지난 5월 열린 국내 최대 미술 박람회 키아프에서 단연 ‘스타 작가’로 부상했다. 정식 오픈을 하루 앞두고 VIP에게만 작품을 공개한 ‘프레 오픈’에서 출품작 42점이 매진되는 진기록을 세운 것. 그 덕에 일반 관객은 닷새간의 전시 기간 내내 빨간 스티커(‘판매된 작품’이라는 표시)가 붙여진 그의 그림을 그저 눈으로만 감상해야 했다. 일부 성마른 관객은 전시장을 지키던 이씨를 붙잡고 다음 전시 때 내놓을 작품을 미리 팔라며 성화를 부리기도 했다.

“좋다기보다 좀 멍해요. 저는 전시회 때마다 항상 전시장에 나오거든요. 관객과 호흡하며 그림을 설명하는 게 즐거우니까. 그러다 얘기가 잘 돼서 그림이 팔리면 더 좋고. 그림 하나 팔고, 컬렉터와 악수하고, 명함 주고받으며 이름 기억하고…. 늘 그래왔는데 이번엔 그럴 틈도 없이 그림이 다 팔려버린 거예요. 어떤 분은 제가 화장실 간 사이 그림을 구입해 얼굴도 못 봤지요. 부동산을 향했던 돈이 미술시장에 몰린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인지는 몰랐어요. 얼떨떨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