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예수 살해 명한 헤롯왕, 무덤 발굴

유대 대반란 시 석관 파괴 돼, 로마 ‘꼭두각시 왕’으로 상징

▲ 인공으로 조성된 헤로디움 힐의 북동부 경사면에 헤롯왕의 무덤이 위치해 있다. 정상에 위치한 헤로디움 모습.
ⓒ 이스라엘 공보부 via Getty Images
[대기원] 2천 년 전, 유대의 ‘새로운 왕’에게 왕위를 잃을까 두려워 예루살렘의 전체 남아 살해를 명한 이스라엘의 왕. 아기 예수 탄생 당시 유대 왕이었던 헤롯왕의 무덤이 발견됐다. 지난 8일 예루살렘의 헤브루 대학 에후두 네처(Netzer) 교수는 헤롯왕의 석관, 유골함, 무덤토대 등을 무덤 터에서 발견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헤롯왕의 무덤은 예루살렘 남쪽 15Km에 위치한 인공 언덕인 헤로디움 힐 경사면에 위치한다. 기원전 37년에서 4년까지 고대 유대왕국을 다스렸던 헤롯왕은 생전에 예루살렘성전의 재건(솔로몬 왕 때 처음 건축됨) 등 기념비적인 건축 사업을 펼쳤다. 그 중 하나가 자신의 이름을 딴 헤로디움(헤롯의 성채).

1세기 로마의 역사학자이자 유대인인 요세프스 플라비우스의 기록에는 “망자의 뜻에 따라 헤로디움에 그(헤롯왕)를 매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기록에 근거해 네처 교수는 헤롯왕의 여름궁전, 요새, 기념비로 구성된 헤로디움이 정상에 위치한 헤로디움 힐을 중심으로 발굴 작업을 시작했다.

네처 교수는 지난해 중반까지 헤로디움 힐 아래에 발굴 작업을 집중했다. ‘무덤단지’로 불렸던 그 지역에는 장례식 준비용으로 건설된 기념 건축물, 의식용 목욕터, 폭 30m 길이 350m의 장례식 도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72년부터 시작,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던 35년 발굴 작업으로도 헤롯왕의 무덤은 발견돼지 않았다.
▲ 헤롯왕 무덤 터 모습.
ⓒ 이스라엘 공보부 via Getty Images
그러던 중 언덕 경사면에 이르는 폭 6.5m의 계단을 발견하면서, 무덤 터의 가닥이 잡혔다. 장례행렬을 위해 특별 제작한 이 계단이 바로 무덤 터로 연결돼 있었다.
무덤은 대부분 파괴된 상태였다. 백색 장식벽돌로 건조한 토대에 석관과 유골함, 건축 장식 등이 발견됐다.

이번 발굴에서 특이한 점은 헤롯왕의 석관으로 추정되는 길이 2.5m 석관이 수백 개 조각으로 쪼개진 점이다. 요세프스의 기록은 서기 66년-72년에 있었던 로마에 대항한 유대인 반란 당시 헤로디움이 파괴됐다고 전한다. 헤롯왕은 로마 원로원이 임명한 왕으로, 유대인들은 그를 로마의 ‘꼭두각시 왕’으로 여겼다. 그런 왕에 대한 증오로 성난 유대인들은 그를 상징하는 모든 건축물을 파괴했다. 네처 교수는 산산이 부서진 석관도 파괴 행위의 결과로 파악했다.

네처 교수는 유골과 비문은 발견돼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건축 양식과 유물로 볼 때 헤롯왕의 무덤이라 확신한다며, 추가 발굴 계획을 밝혔다.

글/ 이스라엘 대기원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