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방부 량광례(梁光烈) 부장(장관급)이 작성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과 국무원 앞으로 발송한 것으로 보이는 문서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 지난 해 3월,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 ⓒ PETER PARKS/AFP/Getty Images

‘현 국방체계의 문제점에 대한 사고와 제안’이라는 제목의 이 문서에는 ‘공산당 산하 기구 성격이 강한 군부를 개편해, 국가로 귀속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집권 이후 ‘당이 총을 지휘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군부를 장악해 왔다. 역대 중공 최고 지도자들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겸임했다.

아직 중앙정치국과 국무원은 이 문서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하고 있지 않지만, 인터넷을 통해 문서가 급속히 퍼지자 일각에서는 군 내부 파벌간의 권력 투쟁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아래는 문서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1. 국방 동원 체제를 전면 개편한다. 현재 중국 군대 편제에서 31개 성의 군구(軍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이며, 약 10만 명의 병력을 갖추고 있다. 우선 각 성과 직할시의 성군구와 분구, 인민 무장부를 폐지하고, 대신 병역국을 설치해 국방부가 통솔한다. 10만 여 명의 국경 경비대를 포함해 전국의 국방 동원 조직은 모두 국방부 아래에 둔다. 이는 구 소련의 군사 체제를 모방한 것이다.

2. 미군의 통합 참모 본부를 본떠, 중공 중앙군사위원회를 폐지한다. 4대 총부와 7대 군구, 무장 경찰, 2포 부대 제도를 없애고 육군, 해군, 공군부로 재편한다.

3. 대군구의 편제를 모두 철폐하고, 독자 임무 수행이 가능한 특수작전 사단과 여단을 별도로 편성해 육군이 관할한다.

4. 무장 부대를 축소한 뒤, 병력을 경찰로 이전해 지방 정부가 관할하게 한다.

5. 세계 각국의 군대는 모두 국방부의 지휘를 받지만, 중국의 군대는 다르다. 이런 군대는 전투할 수 없다. 중국의 군대는 공식적으로는 4대 총부와 2개 군사위원회의 지휘를 받지만, 실제로는 간판만 2개일 뿐이다. 후진타오와 장쩌민은 현재 군사위원회의 상황에 대해 상세하게 모른다. 실세는 군사위원회 부주석 궈보슝(郭伯雄)과 쉬차이허우(徐才厚) 2명으로 군부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군 전력과 인사를 모두 2명이 결정한다면 군부를 잘 운영할 수 없다.

민주화 인사들 “민주화 앞당기는 계기”

문서에서 제안한 사항이 실현되면, 군 요직 인사와 지휘권에 큰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서의 작성자가 량 부장이라면 사상 최초로 군 최고위급 책임자가 공산당의 강령을 부정한 셈이다. 공산당의 권력이 군부를 비롯한 무력에 기초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정권의 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이다. 이미 중국 네티즌과 민주화 인사들은 환영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중국 과도정부 발기인인 천양차오(陳泱潮)는 지난 달 29일 “이 문서의 의의가 심대하며, 역사의 흐름과 군부가 맞닥뜨린 요청을 반영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천양차오는 군부의 국가화야말로 중국 정치의 현대화와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며, 중공이 군부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이 중국의 민주화를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라고 덧붙였다. 천씨는 군인들이 용기와 책임감을 가지고 군대의 국가화에 동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현재 량광례 부장을 지지하는 서명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중국 정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012년 가을 개최되는 18기 전국대표대회(전대)을 3년 앞두고 량광례 부장이 정치 생명을 걸고 승부수를 띄웠다고 평가했다.


우웨이린(吳偉林)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