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조종사

등록일: 2007년 08월 29일

▲ 대만에 돌아와 장모와 포옹하는 유젠궈 기장
ⓒ SAM YEH/AFP/Getty Images
[대기원] “승객들을 전부 대피시키고 저는 뒤쪽 구명사다리로 내려가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구명사다리는 이미 연기에 휩싸여 있었지요. 저는 창문으로 뛰어내리기로 결심했습니다.”

승객들을 모두 무사히 대피시키고 자신은 맨 마지막에 탈출한 대만 여객기 기장의 말이다.

지난 20일 대만 중화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가 대만 타이베이를 출발해 일본 오키나와 현 나하공항에 착륙하다 불길에 휩싸였으나 승객 157명 전원이 무사히 대피해 화제를 모았다.

여객기의 7명 승무원은 일본 언론의 인터뷰를 마치고 21일 저녁 CI123 정기편을 이용해 타이베이로 돌아갔다. 영웅 칭호를 받은 기장 유젠궈(猶建國ㆍ48)는 담담하게 여객기 폭발직전 상황을 서술했다.

▲ 사고로 전소한 보잉 737-800 여객기
ⓒ Getty Images
‘당시 머리는 텅 빈 상태였다’

그는 우선 승무원들에게 승객들을 대피시키도록 명령했다. 승무원들은 침착하고도 재빨리 승객들의 대피를 도왔다. 그가 창밖을 보니 객실장 캉리메이가 이미 비행기 아래쪽으로 내려가 있었다. 그는 캉리메이를 보자 이미 승객들이 전부 피신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는 부기장 쩡다웨이(曾大爲·26) 에게 빨리 빠져나가라고 재촉했다.

유젠궈는 원래 조종실 뒤쪽 구명사다리를 이용하려 했지만 이미 그곳에 연기가 가득하자 왼쪽 창문을 깨고 뛰어내렸다. 그가 뛰어내린 5초 후 기체는 폭발했다.

기자가 그에게 5초 후 비행기가 폭발한 것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질문하자 유 기장은 “당시 머리가 텅비어서 많은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생사 위기를 넘어 대만에 도착

그는 157명 승객들에게 사죄하고 함께 생사의 위기를 넘은 ‘가장 용감하고, 가장 자격있는’ 7명의 승무원들 한명 한명과 포옹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8명의 승무원 중 일본국적의 승무원만 일본에 남은채 기장 유젠궈, 부기장 쩡다웨이, 승무원 캉리메이, 판징요 등은 전부 대만에 돌아왔다. 많은 승무원들은 아직도 공포에서 완전히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다.

▲ 대만에 돌아온 기장 유젠궈(오른쪽), 부기장 쩡다웨이(오른쪽에서 두번째) 및 기타 승무원들
ⓒ SAM YEH/AFP/Getty Images
일본 “완벽한 구조였다!”

나하공항 인근에서 출근하다 사고를 목격한 일본인 이요시 나미히로는 대만승무원들의 신속한 반응에 찬사를 보냈다. “어제는 정말 놀라운 아침이었다. 완벽한 구조활동이었다. 비행기가 완전히 불타버렸지만 승객 전원이 무사히 탈출했다는 것은 정말로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의 저명한 항공평론가 아오키 겐지도 대만 승무원들을 격찬했다. “이렇게 짧은 시간내 승객을 전원 피신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여객기의 문제를 일찍 발견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보통 항공사의 긴급 대피 훈련은 90초를 목표로 한다. 165명 전원이 60초 안에 불길에 휩싸인 비행기를 탈출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