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번쩍번쩍 번개, 요건 몰랐지?

“우르릉… 꽝… 번쩍번쩍.” 여름에 접어들면서 번개가 천둥을 동반하며 우리나라 곳곳을 강타하는 일이 늘고 있다. 사실 번개는 매일 지구에 800만 번이나 친다. 그것도 눈 깜박할 사이에 6개월간 한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만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말이다. 90% 이상의 번개가 구름 속에서 치지만 엄청난 전하를 품은 폭풍은 전기를 폭포처럼 쏟아내며 번개를 지상으로 내리꽂는다. 번개는 1752년 6월 비 오는 어느 날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이 연을 띄워 실험을 하면서 전기적 현상임을 밝혔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찍은 지구 대기. 번개를 일으킬 만한 거대한 구름이 곳곳에 보인다.


번개가 치는 구름 속에 항상 얼음이 있다거나 번개가 칠 때 강력한 X선이 나온다는 것은 21세기 들어 증명된 사실이다. 또한 번개를 안전하게 지면으로 유도하는 피뢰침은 뾰족해야 좋다는 게 상식 같지만 피뢰침은 오히려 뭉툭해야 효과가 크다. 최근에는 번개가 허리케인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뾰족한 피뢰침 효과 떨어져 우리가 번개와 관련해 잘못 알고 있는 정보도 많다. 먼저 피뢰침이 뾰족해야 좋다는 점은 근거 없는 속설이다. 미국 뉴멕시코공대 찰스 무어 박사팀이 높이 3288m의 산정에서 뾰족한 피뢰침과 무딘 피뢰침을 각각 6m 간격으로 배열한 뒤 7년간 관측했다. 그러자 무딘 피뢰침 12개는 번개를 맞은 반면, 뾰족한 피뢰침은 하나도 번개를 맞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2000년 지구물리 관련 국제학술지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스’에 실렸다. 기상청 낙뢰전문가 이종호 연구관은 “몸에 쇠붙이가 있으면 낙뢰를 맞을 위험이 크다는 점도 잘못 알고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체내를 통과할 전기의 일부가 피부의 쇠붙이로 흘러 오히려 쇼크사의 위험성을 줄이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의 한 여성이 등 뒤쪽에 쇠 지퍼가 달린 원피스를 입은 덕분에 낙뢰를 맞고도 살았다는 보고가 있다.




낙뢰가 한곳에 두 번 칠 수 없다는 점도 잘못된 속설이다. 미국 뉴욕에 있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15분간 15번의 낙뢰를 맞은 적이 있다.


강력한 X선 발생 흔히 만화에서 지상에 떨어지는 번개(낙뢰)를 맞은 사람이 전기에 감전되고 몸속 뼈가 드러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과학적으로 보면 이 만화장면이 아주 터무니없진 않다. 사실 번개가 칠 때 몸속 사진을 찍는 X선이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 플로리다공대 조셉 다이어 박사팀은 26번의 낙뢰를 관측해 번개가 매번 엄청난 양의 X선을 생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번개의 X선 에너지는 가슴을 찍는 X선 에너지의 2배에 이른다. 이 결과는 2004년 3월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스’에 실렸다. 다이어 박사는 “구름 속의 전자들이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된 뒤 공기 입자들과 충돌해 X선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번개가 치는 주변의 공기는 3만℃까지 가열된다. 이는 태양의 표면 온도보다 5배나 높은 수치다. 가열된 공기는 ‘번개의 단짝’인 천둥이 생기는 원인이 된다. 이 공기가 급격히 팽창해 주변 공기를 순간적으로 압축하고 압축된 공기는 원래대로 돌아가면서 강력한 진동을 일으킨다. 이 진동 에너지가 소리로 바뀐 현상이 바로 천둥이다.


구름 속 얼음이 번개 만들어 번개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도 오래된 수수께끼다. 2005년 8월 미국 앨라배마대의 월터 피터센 박사팀이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스’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번개 발생이 얼음 입자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미국항공우주국의 인공위성 ‘TRMM’으로 전 세계 하늘의 소나기구름을 관측한 결과 번개가 치는 구름 속에 항상 얼음 입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피터센 박사는 “이는 얼음 입자가 번개 발생에 관여한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획기적 발견이자 이 이론을 입증하는 첫 관측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론에 따르면 소나기구름 속에서 지름이 1~8㎜로 비교적 큰 얼음 입자들이 무수한 미세 얼음 알갱이들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전자를 빼앗는다. 전기를 띤 얼음 입자들이 지상으로 떨어지면 구름 꼭대기와 지면 사이에 전기적 불균형이 나타난다. 이 불균형이 심해지면 대량의 전기가 순간적으로 흘러 거대한 전기스파크인 번개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허리케인의 강도, 아프리카 번개에 물어봐 놀랍게도 일부 과학자들은 강력한 허리케인을 일으키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번개를 지목한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콜린 프라이스 박사팀이 대서양에서 출현한 대형 허리케인이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나타난 맹렬한 뇌우(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풍)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결과는 지난 5월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스’에 실렸다. 프라이스 박사팀은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던 2005년과 2006년 허리케인 시즌을 연구했다. 2005년에는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비롯해 28개의 허리케인이 출현한 반면, 2006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64%가 줄어 단지 10개의 허리케인만 발생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번개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즉 2006년 동부 아프리카, 주로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여름에 발생한 번개가 2005년에 비해 23%가량 줄었다.

연구팀이 면밀히 조사한 결과 강력한 허리케인 가운데 적어도 85%, 모든 허리케인 중에서는 3분의 2가 동부 아프리카에서 뇌우가 발생한 뒤에 출현했다. 그렇다면 왜 거대한 대다수의 허리케인이 번개에서 유래하는 것처럼 보일까? 프라이스 박사는 개울에서 둥근 돌이 내는 효과에 비유하여 그 이유를 밝혔다.

동부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강력한 번개는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지르는 무역풍을 교란한다. 마치 둥근 돌이 크면 클수록 개울을 크게 교란하듯이 번개를 동반하는 뇌우가 클수록 대기 난류도 그만큼 더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난류가 저기압을 생성하고 이 저기압이 열대폭풍을 거쳐 허리케인으로 발달한다.

미국 기상예보관과 긴급대응반은 올 여름 허리케인의 강도를 가늠하기 위해 동부 아프리카에 나타나는 거대한 뇌우를 감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충환〈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