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仙所傳(27) 하상공(河上公) (2)

ⓒ 삽화 박영철

도덕경 주해서는 네 사람에게만 전해지다

하상공이 한 문제(漢文帝 : BC180-BC157)에게 도덕경 주해서 두 권을 전해주면서

“내가 도덕경(道德經)에 관한 이 주해서를 저술한 지 이미 1,700여 년이 되었다. 그 사이 다만 세 사람에게 전했다. 황제인 당신에게 이번에 전하면 네 번째이니 당신은 이 책을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말라.”

하였다.

말을 마치자 하상공은 돌연 공중으로 꺼진 듯 종적도 없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잠깐 사이에 짙은 안개가 사방에 가득 차 천지를 분간하기 어려웠다. 이에 문제도 그곳을 떠났다. 문제는 도덕경 주해서를 얻고 그 책들을 귀중히 여겨 애지중지하였다. 그리고 일심으로 공부하여 도덕경의 심오한 뜻을 투철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동굴 속에 펼쳐진 이상향

하상공이 이때 한번 세상에 모습을 나타내고 사라진 후 수백 년 동안, 하상공을 보았다는 소문이 없었다. 그러나 600여 년이 지난 남북조 시대 남조(南朝) 송(宋) 원가(元嘉), 어느 해에 하상공을 보았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호남성 진계현(辰溪縣) 북쪽 ‘등촌’이라 부르는 마을이 있었다. 원가(元嘉) 26년(449), 어느 날 들판에 돼지 한 마리가 나타나 농작물을 훔쳐 먹어 마을사람 문광통(文廣通)이 활을 쏘아 상처를 입혔는데 상처 입은 돼지는 피를 흘리면서 달아났다.

문광통이 돼지 핏자국을 따라 10여 리를 추적했는데, 핏자국이 어느 동굴 속으로 이어졌다. 동굴 속으로 추적해 300여 보쯤 들어가자, 눈앞이 탁 트이면서 푸른 산, 맑은 물이 잘 어우러진 들판이 나타났다. 그 가운데는 수 백호의 큰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한 마디로 무릉도원(武陵桃園)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었다.

하상공, 그곳에서 도덕경을 강의하다

이 마을의 어느 한 집에서 노인 한 분이 나와 문광통을 집안으로 들어오게 하였다. 집안 대청 위에는 10여 명 공부하는 서생들이 앉아 있고, 노인 한 사람이 평상위에서 남쪽으로 앉아 그들 학생들에게 노자의 도덕경을 해설하고 있었다.

서쪽 곁채에는 열 사람이 둘러앉아 거문고를 타고 있는데 뜻밖의 조화를 이루어 신선 세계의 음악(仙樂) 그 자체였다. 동자 한 명이 그들에게 술을 따르고 있는데 그 노인이 문광통에게도 술을 따르라고 하였다. 따라주는 술 한 잔을 마시자 속이 편안하고 몸이 가벼워져 마치 신선이 된 듯하다. 노인과 한참 이야기하다가 작별을 하려고 하자 젊은 남자 한 명을 시켜 전송하게 하였다.

이상향을 다시 찾았으나

문광통이 젊은 남자의 안내를 받아 그곳을 떠나면서 이곳의 내력을 물었다.

그 젊은 남자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수천 년 전 은나라 말기 걸주의 잔악한 폭정을 피해 숨어 들어왔다. 이곳에서 도술을 닦아 모두 신선이 되었다. 조금 전 남쪽 침상에 앉아 도덕경을 강의하던 사람이 바로 한 문제에게 도덕경 주해서를 전해준 하상공(河上公)이다. 나는 한나라 산양왕(山陽王)의 후예이며 이곳에서 마당 쓸고 잔 심부름 한 지도 어느덧 1,200년이나 되었다. 이제야 겨우 문하생으로 인정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아직 선도요결(仙道要訣)을 전수받지 못해 문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라고 하였다.

젊은 남자는 문광통을 동굴 입구까지 데려다 주고 되돌아갔다. 문광통이 동굴 입구에서 자기가 가져왔던 활을 찾았는데 이미 썩어서 쓸 수가 없었다. 동굴 속에서 그 잠깐 사이에 세상은 이미 12년이나 흘렀다.

고향에 돌아오니 노인들 중, 세상을 달리 하고 죽은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이 겪은 신비한 이야기를 해주고 마을사람들과 다시 그곳을 찾았으나 동굴 입구는 큰 바위로 막혀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때 이후, 다시 하상공을 보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도 도덕경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하상공본’이라 전해지는 도덕경 주해서를 필독의 책으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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