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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계절은..⌟
나는 야 봄이 좋다, 여름이 좋다.
봄이 오면 살얼음이 녹아 시냇물을 더하고,
땅에서는 새싹이돋아나니까.
개구리도 잠에서 깨어 봄을 알리려 나오고,
농사꾼도 씨 뿌리고 한창 일손이 바빠진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온갖 새 울고.
복사꽃 능금꽃이 피고,
강남갔던 제비도 반가이 돌아와
온 집마당이 시끄럽다.
보리 익어 갈 때면 뻐꾸기도
이 산, 저 산 울어댄다.
졸음이 오긴 하지만 봄나물을 먹으면
졸음도 사라지니,
그 깐껀 아무것도 아니다.
식물이 싹을 틔우기 위해 수분을 흡수해서
공기가 건조하고, 안 났으면 좋을성 싶은
산불이 자주 나긴 하지만,
만물이 웅크렸다 움이 트니
얼마나 좋은 계절인가!
여름은 자연 상태로 돌아가도록 한다.
몸을 덥게 하고, 땀을 흘리게 하여 옷을 벗게 한다.
맨살을 서로 내 놓고
허물이 없이 가까워 질수 있다.
온 세상이 싱싱한 푸른 옷을 입고
온갖 꽃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풀벌레, 날벌레가 많아
거미도 거미집을 지어 벌레오기를 기다린다.
마을 뒷산에 올라 잔디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헤고,
한밤의 꿈을 꾸면서...
참외가 나고, 수박이 나고, 오이가 나고,
자두를 먹을 수 있고, 살구를 먹을 수 있고,
포도도 실컷 먹을 수 있으니까 좋다.
모기가 달려들어 극성을 부리지만,
생풀 태워 모기 쫓는 그 재미도 없으면
어찌 여름이라 할 수 있을까!
예고 없이 소나기도 뿌려대지만
그 정도 옷 젖는 재미도 없으면
어찌 여름이라 할 수 있을까?
개구리가 밤늦도록 울어대고,
나무에 매미가 듣는 사람 기분도 안 헤아리고
제멋대로 씨룽대지만
그 정도 안 시끄러우면 여름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런데 가을은 싫다.
가을만 되면 좋은 계절이고 하니
샘님들도 글짓기하라지만
누가 가을이 좋다 그랬나?
가을추수를 다 거두어들인 논밭은 썰렁하기 그지없고,
헛농사 지은 농부 마음 울게 하는
가을이 뭬 그리 좋을까?
추수했다고 심술궂은 인상으로
빚 받으러 올까 가슴 졸이고,
코스모스 한들한들 하지만
거식증 끼니를 걸러 바짝 말라 휘청거리는 도시 아가씨 같아
보기가 애처롭다.
잠자리가 하늘을 이리 저리 날기는 해도
하늘은 푸르지만 설렁하기만 하다.
여름에 만난 사람 가버리고, 낙엽따라 가버리고,
애태우며 사랑하고도 떠나는
야속한 가을이 무어가 좋다고.
자동차 줄이어 북적이던 도로도
비가 온 후에는 한,두대로 설렁하고.
그 푸르던 나뭇잎 단풍들어 잎 하나, 둘 떨어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헐벗은 나무가 뭐 그리 정겨운 풍경이라고?
겨울도 싫다.
온갖 푸르던 잎 다 떨궈버리고
흰 눈으로 덮어 버린다고 그게 다냐?
매마른 앙상한 나뭇가지 삭풍이 불어 윙윙거리면 다냐?
멀쩡한 사람 손 시려 호주머니 손 넣게 하여
팔 없는 사람같이 다니게 하면 그게 다냐?
할아버지, 할머니 추워 못 다니게 하는
겨울을 누가 좋아 할 줄 알고.
-니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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