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국가와 올림픽


여자노예경매장




[대기원]한 일간지에 실린 중국 벽돌공장 노동자들의 사진은 5~60년대의 초췌한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그들은 기차역 등에서 납치되거나 인신매매로 팔려와 하루 15시간 이상을 노예처럼 맞으며 일해 왔다고 한다. 고대사회에나 있었던 노예제도가 중국에서 ‘현대판 노예제도’로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쓰촨성의 한 직업학교에서는 ‘실습’을 빌미로 학생들에게 매일 14시간의 노동을 강요했고, 광둥성과 저장성의 올림픽 기념품 제작회사에서는 12세의 아동까지 불법 고용해 노동력을 착취해왔으며, 허난성의 일가족으로 구성된 인신매매단은 지난 4년 동안 118명의 아동을 납치해 팔아넘겼다가 공안의 단속에 걸려들었다. 중국 농촌으로 팔려가 짐승 이하의 생활을 하다가 가까스로 한국에 탈출해 온 탈북동포들의 경험담은 비참함이 처절할 정도이다.

언론통제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은 상태에서 현대판 노예노동이 자행되는 나라 중국은 그 동안의 경제호황으로 인하여 다른 국가들에게는 황색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조만간 중국이 일본이나 미국을 능가하는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언론의 장밋빛 전망을 그대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공 경제호황은 바로 제품의 질보다는 우월한 가격경쟁력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것은 노예적 노동력의 착취로 인하여 생산원가를 현저히 낮추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결국 중국 경제의 실상은 일반의 예상과 달리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상태에 있으며 지금의 호황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8년 동안 계속된 파룬궁 탄압으로 재판 없이 행정처분만으로 구속된 파룬궁 수련생의 생체에서 장기를 적출한 뒤 매매하여 폭리를 취하고 시체를 소각해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캐나다 독립조사단의 보고서 내용은 더욱 끔찍하다. 위에 예로 든 노예노동 사건의 주최는 회사나 학교이지만 생체장기적출 사건의 주최는 국가라는 점에서 더욱 가증스럽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이 생체장기적출 사건에 대하여는 침묵하면서, 오히려 현대판 노예노동사건에 대하여 분노하고 있는 것은 공정하지 않아 보인다. 그것은 아마도 파룬궁 수련생 생체장기적출 사건은 드러나지 않았고 게다가 너무 끔찍하여 차마 믿을 수 없는 것이나 노예노동 사건은 언론에 보도되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의 실상을 알고 나면 그와 같은 인권침해사건이 앞으로 얼마나 언론에 보도될지 짐작할 수 있다. 작년 한해만 해도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민중폭동이 매일 평균 300건 이상씩 발생했다고 한다.

이처럼 개인이 아닌 국가가 은밀하게 반인류범죄를 저지르는 나라 중국에서 2008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평화의 제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중국은 베이징시민들을 강제로 몰아내고 재건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착취와 인권탄압을 자행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목적만 좋으면 적법절차를 위반해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공산주의식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것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인권탄압이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것은 중공이 언론보도를 통제하고 있고 일반 언론들이 상식에 맞지 않는 중공의 보도지침을 충실히 따라주기 때문이다. 언론이 진실을 그대로 보도했다면 중공의 인권탄압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지금도 국내외 유수한 언론들은 중국의 발전된 경제상황과 올림픽 준비상황 등을 특별 취재하여 보도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베이징과 상해 등 대도시와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를 중국의 진면목인 것처럼 선전해서는 안 된다. 외국인들에게 개방된 지역은 사실 중공이 선전용으로 만든 쇼윈도(show window) 도시로 껍데기에 불과하다. 대도시에서 수km만 외곽으로 나가면 도심지역과는 판이하게 다른 중국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 열악한 환경과 낙후된 생활모습은 처참할 정도다.

언론은 이러한 모습을 그대로 보도해야 한다. 중공의 기관에서 나온 보도자료는 중공을 보기 좋게 포장하는 것이다. 확인 없이 이를 인용하고 전재하는 것은 중공의 진짜 모습을 가리는 것이며 중공의 반인류범죄행위를 묵인하고 면죄부를 주는 것처럼 반도덕적인 것이다. 그것은 언론인과 언론기관의 사명을 망각하는 것이 아닌가. 언론이 이익 때문에 진실을 왜곡한다면 그 피해는 국민의 몫이다. 중공이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반인류적 범죄행위를 중단하고 인권상황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현재와 같은 열악한 인권상황 하에서 올림픽을 거행하겠다고 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로서 어불성설(語不成說)이 아닌가.


오세열 시사평론가,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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