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시인 고은 "노 대통령 언어는 대통령 언어가 아니다"
"위선적 품격 필요" 쓴소리
◇고은 시인이 13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광화문문화포럼 ‘아침공론’ 자리에서 ‘만남’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한국문단의 진보적인 원로 시인 고은(74)이 13일 노무현 대통령의 직설 화법을 비판하고 나섰다. 고 시인은 광화문문화포럼(회장 남시욱) 주최로 13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제73회 아침공론 마당에 강연자로 참석해 “노무현 대통령의 언어는 일단 대통령의 언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는 (파격적 언어를 구사하는) 미증유의 대통령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의 언어에는 위선적 품위나 품격이 필요하다”며 “이런 명분을 벗고 적나라한 언어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앞으로 정치에서 (품위 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필요한 자격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 시인은 올해 초에도 노 대통령에 대해 “큰 귀를 가지지 않고 큰 입을 가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이날 “나는 역대 대통령의 언어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며 “자신만의 문체를 가진 사람은 이승만, 김대중 전 대통령 두 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승만 전 대통령은 늘 문장화된 문자언어를 썼으며 비서가 써주는 문장이 아닌 자기만의 문체가 있었다”고 평했다.

심재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