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이식 관련 의료인과 과학자들이 모이는 세계 최대 국제회의에서 중국의 양심수 장기적출 문제가 중대한 윤리적 문제로 지적됐다. 캐나다 인권변호사 데이비드 메이터스(David Matas)는 지난 8월 17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세계장기이식대회(ICTS)에서 구금 중에 있는 중국 파룬궁수련생이 이식수술용 장기 공급원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메이터스 변호사는 지난 2006년 7월 처음, 캐나다 8선 의원이자 아ㆍ태 담당 국무장관을 역임한 데이비드 킬고어(David Kilgour)와 함께 중국 내 장기적출 실태를 폭로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2000년~05년까지 중국대륙에서 최소 6만여 건의 장기이식 수술이 집도됐고 이 중 상당수는 구금 중인 파룬궁수련생으로부터 강제 적출한 생체 장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두 저자는 이후 4년에 걸쳐 추가 증거를 확보하고 저서 ‘블러디 하비스트’(Bloody Harvest ㆍ피비린 내 나는 장기적출)를 출간했다.


메이터스 변호사는 이번 세계장기이식대회(8월15일~19일)에서 중국 내 만연한 강제적출 실태에 대해 장기이식 분야 전문가와 학자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말레이시아 장기이식 전문의인 가잘리 아흐마드(Dr. Ghazali Ahmad) 박사는 메이터스의 발표 후 90년대 중반 이후 말레이시아인들도 중국으로 원정장기이식을 가고 있다며 “환자들이 짧게는 2~3일에서 몇 주나 몇 개월을 기다리면 이식을 받는다”고 말했다. 아흐마드 박사는 “이식 후 장기거부반응을 걱정하는 환자들에게 며칠 만 기다리면 새 장기를 제공받는다고 통지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캐나다 장기이식학회는 세계적으로 이식 관련 전문가 집단으로는 처음 원정장기이식 관련 지침서(가이드라인)를 제정했다. 지침은 해외에서 장기이식을 원하는 환자에게 원정장기이식이 갖고 있는 윤리적 문제와 의료적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지침은 “전반 원정장기이식은 높은 이윤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비밀리에 이뤄지고 있으므로 브로커가 제시하는 장기공급자 정보가 정확한지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지침에 따르면 윤리적, 의료적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원정장기이식을 고집할 경우 담당 의사는 장기 이식에 필요한 의료기록을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

또 원정 이식한 환자의 경우 의사는 응급상황을 제외하고 치료를 거부할 권한도 갖는다.
지침은 “많은 증거가 입증하다시피 제대로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 체제 내에서 불법 장기적출은 환자뿐 아니라 장기 제공자에게도 상당한 해를 끼치고 있다. 따라서 의사는 이 경우 의료기록을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했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 앤 메일(Globe and Mail)’ 보도에 따르면 밴쿠버 세인트 폴 병원은 이번 지침에 따라 신장 이식이 필요한 환자에게 해외에서 장기이식을 받은 후에는 치료를 중지하겠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 환자는 중국 원정장기이식을 포기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대회 현장에서 파룬궁수련생을 대상으로 한 장기적출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호소하며 제약회사에 중국에서 이식 관련 신약의 임상실험을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메이터스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Norvatis)사는 국제앰네스티의 제안을 받아 들여 중국에서 이식 후 면역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한 항(抗)거부 반응제의 임상실험을 중지하기로 했다.

“당장 살해할 사람들 확보한 것”


지난 10년 간 세계적으로 중국으로 장기이식을 떠나는 ‘원정장기이식’이 성행했다. 메이터스와 킬고어는 조사 당시 중국 주요 병원의 웹사이트에서 “간과 신장 기증자를 찾는데 1~2주 밖에 걸리지 않고 수술 받은 장기에 문제가 생기면 1주 내에 재수술이 가능하다”는 광고들을 확보했다. 장기기증문화가 정착된 캐나다에서조차 간이식 환자의 평균대기시간은 2년 6개월이 넘는다.


저자들은 중국 내 혈연간 기증이 전체 이식건수의 1% 미만으로 드물고 장기기증이 정착되지 않은 점을 들어 광고처럼 대기시간이 짧기 위해서는 이미 혈액형 검사가 끝난 대규모 ‘장기기증 예정자’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즉 “이식용 장기를 위해 당장 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이터스, 세계장기이식대회서 중국 양심수 장기적출 실태 발표

메이터스는 이번 대회에서 “중국정권이 장기 적출을 위해 죄수를 살해하는 점은 인정하면서 파룬궁수련생이 그 대상이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장기이식 건수는 파룬궁 탄압이 시작된 1999년 이후 급증했다. 중국 내 파룬궁 탄압 증거를 수집하는 국제인권조직인 ‘파룬궁박해 국제추적조사기구’(WOIPFG)는 중국 병원이 파룬궁 수련생의 생체 장기를 사용하는 사실을 인정한 전화 녹취를 발표했다. 이들 병원에는 톈진 동방장기의식센터, 상하이 중산(中山)병원, 허난 정저우(鄭州) 의과대학제일부속병원, 후베이성 의과대학 제2부속병원, 광저우군구 우한총병원(廣州軍區武漢總醫院) 등이 포함돼 있었다.


또 WOIPFG는 강제노동소에 수감됐던 파룬궁수련생들이나 다른 일반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강제수용소에서 파룬궁수련생만을 대상으로 혈액검사를 실시한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실제 WOIPFG가 발표한 녹취에서 헤이룽장성 미산시 구류소는 장기를 구하는 해외 중국인으로 가장한 전화통화자에게 파룬궁수련생 장기를 공급해 줄 수 있다고 답변했다.


WOIPFG는 신분을 밝히지 않은 파룬궁수련생이 대규모로 강제수용소 등에 감금되면서 이들이 손쉬운 장기적출의 희생자가 됐다고 분석한다. 베이징공안부 소식통에 따르면 1999년 탄압이 시작된 이후 2001년 4월까지 탄압에 항의해 베이징에서 상방(민원)을 제기하기 하다 체포된 파룬궁수련생만 83만 명에 이른다. 파룬궁수련생들 중에는 연좌제로 직장 동료나 가족이 피해를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성명을 밝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베이징공안은 신원을 밝히지 않은 파룬궁수련생을 원 호구소재지로 송환할 수 없었고, 중국정권은 이런 수련생들을 비밀 지하감옥이나 강제노동수용소 등 전국 300여 곳에 감금했다. 결국 이들이 소위 ‘장기공급원’으로 희생된 것이다.


탄압이 시작되기 직전인 1998년 중국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파룬궁수련생 수는 7천 만~1억 명 정도로, 당시 약 6천 만 명이었던 공산당 당원수를 능가했다. 1999년 당시 공산당 총서기였던 장쩌민은 공산당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파룬궁 탄압을 지시했고, 현재까지 탄압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