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고법원 수장 잇따라 숙청…왜?

장쩌민-저우융캉 파벌 약화 징조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 최고인민법원 원장과 부원장에 대한 숙청 작업의 이면에는, 후진타오 주석과 장쩌민 전 주석의 권력 다툼이 숨어 있다.ⓒ LIU JIN AFP Getty Images
한국의 대법원격인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황쑹유(黄松有) 부원장이 부패 혐의로 공직을 박탈당했다. 최근 중국 공산당 중앙규율위원회는 황 부원장이 ‘엄중한 규율 위반과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로써 황 부원장은 중공 집권 60년 만에 부패 혐의로 면직된 최고위급 사법 관료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황 부원장은 지난해 10월 광저우시 ‘중청(中誠)광장’ 경매에 개입해 베이징의 한 무역회사가 4억 위안(730억)의 차익을 남기게 도와주고 사례비로 3백만 위안(5억 5천만원)을 챙긴 혐의로 체포됐다. 황 부원장은 체포 이후 약 10개월 간 ‘솽구이(雙規)’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솽구이는 중공 특유의 감찰 제도로, 범죄 혐의가 있는 공산당원과 고위 공직자를 특정 장소에 감금한 뒤 자백을 강요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솽구이 제도가 정적을 압박하고 제거하는 수단으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최고인민법원을 둘러싼 권력 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특히 황 부원장이 저우융캉(周永康) 정치국 상무위원(서열 8위)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후진타오 주석과 대립하고 있는 장쩌민 전 주석의 오른팔 저우융캉에 대한 압박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밍바오와 싱다오일보 등 홍콩 언론은, 최고인민법원 샤오양(肖揚) 원장이 황 부원장과 법관들을 끌어들여 사조직을 결성한 뒤 1천 5백억 위안(27조 5천억)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샤오 원장도 솽구이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쩌민 파벌로 분류되는 황쑹유(黄松有) 부원장(왼쪽)과 후진타오의 측근으로 알려진 선더융(沈徳詠) 상무 부원장.
후진타오의 선봉 선더융의 ‘확인 사살’

인민일보 10일 보도에 따르면, 최고인민법원 선더융(沈徳詠) 상무 부원장은 “현재 일부 국민들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사회적 여론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는 매우 두려운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후진타오 파벌로 분류되는 선 부원장의 발언은 사실상 상관인 샤오 원장과 동료인 황 부원장을 겨눈 것으로 보인다. 선더융은 부원장으로 재직중이던 2006년, 부정부패 스캔들로 떠들썩했던 상하이(上海)시 기율검사위 서기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당시 천량위(陳良宇) 상하이 전 당서기는 329억위안(6조원)을 횡령한 혐의로 체포됐고 최근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장쩌민의 최측근으로 상하이방의 맏형격인 천량위가 숙청당하면서 장쩌민과 상하이방은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권력 투쟁을 보는 곱지 않은 시선

저명한 인권운동가 류정유(劉正有·56)는 “사법 제도가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데 쓰이지 않고, 권력 암투에서 정적을 숙청하는 도구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비판의 목소리는 중국 지도층에서도 흘러 나오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판야펑(範亜峰) 박사는 “현행의 사법 체제에서 독립성과 공정성을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판 박사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실시해 국민의 권리를 지키고 권력자들을 견제해하는 길만이 유일한 개선책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