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김태진] 현대자동차가 올 하반기 독일 다임러-벤츠(이하 벤츠)에 가솔린 2.0L 엔진과 디젤 1.6, 2.0L 등 3종의 엔진을 수출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 자동차 52년 역사(1955년 첫 국산 승용차인 '시발' 생산)에 처음 있는 독자 엔진 수출이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벤츠로부터 엔진 수출 제의를 받고 검토에 들어가 최근 계약 단계에 이르렀다"며 "곧 계약 사실을 공표한 뒤 올해 초기 물량 2만~3만 개로 시작해 내년부터 연 10만 개 가량을 수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벤츠는 그 동안 현대차의 엔진을 자사 차량에 장착할 수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자체 성능 테스트를 해 왔다.


현대차가 수출할 가솔린 2.0L 엔진(사진)은 현재 쏘나타에 실린 엔진이다. 벤츠는 반제품 형태로 이 엔진을 수입해 여기에 출력을 높이는 콤프레셔 장치를 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젤 엔진 2종은 모두 유로Ⅳ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시키는 친환경.저소음 엔진이다. 이 중 아반떼에 장착되는 1.6L 디젤은 117마력, 싼타페.쏘나타에 실리는 2.0L 디젤은 최대 151마력을 내 유럽의 디젤 엔진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벤츠는 이 세 종류의 엔진을 벤츠 B. C클래스에 장착할 계획이다. 벤츠는 현재 B.C클래스에 90년대 중반에 자신들이 개발했던 1.8, 2.0L 엔진을 장착해 팔고 있다.



◆현대차의 엔진 경쟁력=현대차는 2002년 다임러크라이슬러, 미쓰비시자동차와 공동으로 1.8, 2.0, 2.4L 가솔린 엔진 합작법인인 '겜마'를 설립했다. 당시 현대차는 엔진 설계와 개발을 담당, 두 회사로부터 로열티 5700만 달러(당시 740억원)를 받았다. 이때는 완성 엔진을 수출한 것이 아니라 엔진 설계와 개발 대가를 받은 셈이다.


현대차는 2001년부터 3000억원을 투자해 친환경.저소음 디젤 엔진 개발에 주력해 왔다. 2005년 디젤 승용차 시판이 허용됨에 따라 현대차는 디젤 엔진 생산 규모를 두 배 이상 늘린 연 50만~60만 대까지 확장했다. 하지만 기존 디젤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지 못해 가솔린 차량 대비 디젤차 판매는 5~10%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남아도는 디젤 엔진 수요처를 놓고 고민하다 이번에 벤츠의 제안을 수용하게 된 것이다.



◆벤츠는 왜 현대차 엔진을 수입하나=벤츠는 99년 미국 3위 자동차 업체인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뒤 올 5월 헤어질 때까지 약 10조원을 신차 개발에 투자했다. 크라이슬러는 디젤 엔진을 만드는 기술이 없는 데다 2.4L 이하 엔진은 아예 제작하지 않아 벤츠는 차량용 엔진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주력 차종이 아닌 소형차급 2.0L 이하 엔진 개발 투자는 후순위로 밀리면서 벤츠는 7년 동안 소형 엔진 개발에 손을 대지 못했다. 현대차의 소형 엔진 개발력을 높이 평가한 벤츠는 2.0L 이하 엔진 공급처로 이번에 현대차를 지정한 것이다.

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